최고위 150분 격론… 결론은 못내
劉 "생각할 시간달라" 일단 버티기
비박계 재선의원 20명 긴급회동
"최고위 일방결정 안돼" 구명 나서
메르스ㆍ추경 등 민생은 뒷전으로
청와대와 친박계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공세를 강화하고 비박계가 이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여권 내 계파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여권이 권력다툼에 매몰되면서 메르스 추경 편성 등 민생정책은 모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2시간 반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 공세와 관련,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잘 경청했고 제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입장 정리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 “정하지 않았다”고 말해 현 시점에서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무성 대표는 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유 원내대표가 희생을 통한 결단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반면에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거취 문제를 최고위에서 다룰 것인지 의원총회에서 다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비박계인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김 대표의 발언 취지가 유 원내대표 사퇴였는지는 모르겠다”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최고위 개최에 앞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일촉즉발의 충돌 상황으로 내달렸다.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는 늘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빈다고 얘기했고 지금이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서 최고위원과 함께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경기 평택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에 불참,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틸 경우 당무 거부는 물론 집단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최후통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친박계의 ‘유승민 때리기’가 노골화하자 비박계도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비박계 재선의원 20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가진 뒤 최고위 직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에서 선출됐다”면서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가 일방적으로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비박계 의원들은 “일방적인 ‘유승민 때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초선의원 22명도 여의도 모식당에서 사태 관련 긴급 회동을 가졌으나 워낙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등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설명 발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친박계는 이날 최고위에 이어 추가로 의총을 열어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여권 내 계파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유 원내대표와 관련한 일체의 언급 없이 신속한 추경 편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여권 내 권력투쟁 심화와 국회 공전으로 추경안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진 현 상황의 출발점이 박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비토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지시는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평택=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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