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 회원국 대표들 협정문 서명
중ㆍ인ㆍ러ㆍ독 이어 3.81% 확보
투표권 3.5%로 넘버2 자리 파란불
"동남아 등 지분 적은 회원국과
전략적 공조 펴야" 목소리
우리나라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3.81%의 지분율을 확보해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역내 4위를 차지했다. 57개 회원국 전체로는 독일에 이은 5위다. 현재 가입된 국제금융기구 중 가장 높은 순위로, 회원국 대열에 뒤늦게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넘버2’ 자리인 부총재 획득 등 우리나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은 과제가 적지 않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AIIB 57개 회원국 대표들은 29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AIIB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지난 3월 말 예정창립회원국 신청을 마친 뒤 석 달 간 협의를 통해 마련한 협정문 기본 골격에 회원국 모두가 동의한 것이다. 서명식을 주재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AIIB를 전문적이고 효율적이면서 투명한 다자개발은행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AIIB는 시 주석이 2013년 10월 아시아 지역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제안한 국제금융기구로,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미국, 일본 중심 다자개발은행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협정문에 따르면 AIIB의 창립회원국은 역내 37개, 역외 20개 등 총 57개국이며, 전체 자본금은 1,000억달러다. 이중 회원국들이 당장 내게 될 납입자본금 비율은 20%이고 역내국 지분 비중은 75%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37억4,000만 달러를 배분 받아 지분율 3.81%, 투표권 3.5%를 각각 차지했다.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은 지분율이 30.34%이고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이 뒤를 이었다.
조직은 최고 의결기구인 총회와 모든 투자결정 권한을 가진 이사회, 총재 및 1인 이상 부총재로 이뤄진 임직원으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우선 비(非)상주 기구로 출범하며 총회 의결에 따라 상주기구로 바뀔 수 있다. 또 회원국 4분의 3 이상이 동의할 경우에만 총재에게 결정을 위임 할 수 있도록 했다. 협정문은 10개 이상의 회원국이 자국 내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고 해당 국가의 의결권이 50%을 넘으면 공식 발효되는데, 정부는 연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3월 AIIB 참여 결정 뒤 지금까지는 무난하게 협상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도국인 중국의 관심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등 대륙의 서쪽에 쏠려 있는 만큼 일정부분을 동북아 쪽으로 돌리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하반기 협상에서 우리나라 대표가 AIIB 요직인 부총재 자리를 따내 아시아 인프라 건설 참여, 남북 경협 등 실질적인 과실을 따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초대 총재에는 중국 재정부 부부장 출신의 진리췬(金立群) AIIB 임시사무국 국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 협정문 상 ‘1인 이상’으로 명시된 부총재 자리는 추후 협상을 통해 확정되는데, 우리나라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ADB의 경우 부총재가 6명이다. 정부도 지난 25일 내놓은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민관 합동대응체계인 ‘코리안 패키지’(가칭)를 구성해 후방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오정근 아시아 금융학회장은 “총재, 부총재 및 이사진을 선출하는 향후 논의에서 우리의 진짜 실익이 결정 될 것”이라며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동남아 등 지분이 적은 회원국과의 전략적인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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