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77%가 "시간에 쫓기는 삶"
가사노동 女 3시간25분 男 39분
여가 시간 중 TV시청 늘어났고
스포츠ㆍ문화ㆍ독서 시간은 줄어
지난해 국민들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5시간11분 일(수입노동 및 가사노동)을 했고, 잠은 7시간 59분 잤다. 밥을 먹느라 식탁 위에서 보낸 시간은 1시간56분, 출퇴근을 위해 길에서 보낸 시간은 1시간39분이었다. 2011년 주 5일제가 전면 시행됐지만 수면과 식사 시간이 5년 전에 비해 각각 9분, 11분 늘고, 출퇴근 시간은 5분 정도 줄었을 뿐이다. 일하는 시간은 되레 2분 늘어났다. 전체 여가시간(4시간49분)은 1분 줄었는데, 그 중 TV시청 시간(1시간 55분)만 늘어났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모습이다.
시간에 쫓기고 피곤한 한국인
10세 이상 국민 중 평소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은 59.4%에 달했다. 이중 24.3%는 항상 시간에 쫓긴다고 했다. 가장 바쁜 연령대는 30대로 응답자 77%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맞벌이를 하는 대졸 이상 남성일수록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한국인은 여전히 피곤함을 달고 살았다. 평소 피곤함을 느낀다고 답한 한국인은 81.3%에 달했다. 특히 매우 피곤하다고 답한 응답자(27.2%)는 전혀 피곤하지 않다는 응답자(2.4%)의 11배에 달했다. 30대 대졸이상 맞벌이 여성일수록 피곤하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여가 시간엔 주로 TV시청
한국인은 여가 시간도 길지 않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여가의 질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한국인의 평일 평균 여가시간은 4시간21분 정도. 이중 TV를 보는 시간이 가장 긴 1시간42분이었는데, 2009년보다 4분 늘어났다. 토요일(2시간18분) 일요일(2시간38분)에는 평일보다 TV시청 시간이 더 길었다. 평일 기준으로 스포츠나 레포츠에 보내는 시간은 26분, 문화나 종교 활동에 보내는 시간은 9분에 불과했다. 독서 시간도 줄었다. 하루 평균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은 전 국민의 10%에 그쳤다. 2009년에 비해 책 읽는 국민의 비율은 평일 1.5%포인트, 토요일 3%포인트, 일요일 3.3%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그나마 10대(18.2~24.3%)가 가장 많이 독서를 많이 했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독서 비율은 낮아졌다.
학생들의 학습 시간은 고등학생(8시간28분) 중학생(7시간16분) 초등학생(5시간23분) 순. 대학생ㆍ대학원생(4시간10분)의 학습 시간은 초등학생보다도 짧았다.
결혼 길은 고생길?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가사노동과 일(수입노동)하는 시간이 각각 1시간10분, 34분 길었다. 여성일수록 혼인 여부가 가사노동 시간에 큰 영향을 줬다. 미혼 여성은 가사노동에 평균 1시간54분을 썼지만 기혼 여성은 4시간 19분을 썼다. 수입노동 시간도 배우자 있는 사람(3시간54분)이 미혼자(3시간20분)보다 길었다. 반대로 수면 시간은 기혼자(7시간50분)가 미혼자(8시간8분)보다 짧았다. 그러니 기혼자에게 자기 계발을 위한 학습 시간(4분)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미혼자의 하루 평균 학습 시간은 57분이었다. 기혼자(4시간42분)는 여가 생활 시간 역시 미혼자(5시간16분)보다 짧았다.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더 누리는 것은 TV시청 시간(2시간6분) 정도였다.
가사는 여전히 여성 몫
지난해 여성의 절반 이상(51.3%)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지만 가사 노동은 여전히 여성 몫이었다. 여성은 평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3시간25분 가사 노동을 한 반면 남성의 가사 노동 시간은 39분에 그쳤다. 5년 전인 2009년보다는 남성의 가사시간이 4분 늘고, 여성은 8분 줄었을 뿐이다. 그래도 남성의 경우 토요일(1시간1분)과 일요일(1시간13분)엔 가사 일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별 가사분담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23.5%)이 남성 비율(8.2%)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당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12월 전국 1만2,000가구의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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