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과 계속되는 수출 부진 탓에 올 하반기 경기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기업들은 하반기 경기가 지난해 세월호 사고 직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다음달 경기 전망치를 5개월 만에 최저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다음달 종합경기전망 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도는 84.3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SI가 100 이하이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기업보다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는 세월호 사고 여파가 남아 있던 지난해 8월 기록한 91.6을 밑돌고, 유럽 국가들이 연쇄 부도 위기를 맞았던 직후인 2012년 12월 82.0과 유사한 수준이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계속되는 수출 부진과 메르스 여파가 기업 심리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메르스 여파는 중소기업들에게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발표한 7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 역시 81.5로 지난 2월(82.1) 이후 가장 낮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2,84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SBHI 역시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비제조업의 하락세가 제조업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제조업 SBHI가 지난달보다 5.8포인트 떨어진 84.2를 기록했으나 비제조업은 전달보다 10.1포인트 내려간 79.8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중에서도 서비스업의 SBHI는 한달 사이 12.7포인트나 하락해 78.6으로 집계됐다. 중기중앙회는 메르스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체감 경기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분간 수출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국내 755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수출산업경기 전망지수(EBSI)를 발표했는데, 전분기(112.0)보다 크게 낮아진 98.4다. 지난해 3분기(93.9) 이후 최저치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ㆍ부품(120.0)과 선박(117.3), 반도체(103.7), 화학공업(103.4)은 수출 호전이 기대됐지만 가전(66.7)과 기계류(70.0), 농수산물(88.6), 플라스틱ㆍ고무(89.1), 철강ㆍ비철금속(94.4), 휴대폰ㆍ부품(95.8), 석유제품(96.9), 섬유ㆍ의복(98.9) 등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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