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등 기본 절차도 안 지켜
중국인 유학생에게 불법 임신중절 수술을 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뇌사에 이르게 한 의사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A사립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오모(25ㆍ여)씨를 뇌사에 빠뜨린 혐의(업무상과실ㆍ중과실치사상 등)로 산부인과 의사 이모(43 ㆍ여)씨를 구속하고 간호조무사 이모(47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09년부터 종로구에서 여성의원을 운영해 온 의사 이씨는 올해 1월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오씨에게 낙태를 권유한 뒤 무리하게 수술을 강행해 뇌사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임신 12주였던 오씨에게 10시간 동안 적정량보다 4,5배 많은 수액 4,000~5,000㎖를 투여했다. 오씨는 곧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에 의한 뇌부종으로 뇌사 상태가 됐다. 이씨는 또 수술 도중 오씨가 구토와 발작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불법 낙태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대형병원으로 즉시 이송하지 않았고, 수술 전 혈액검사 등 환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기본 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수액을 적정량인 1,000㎖만 투여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씨가 뇌사에 빠진 뒤 옮겨진 대학병원 의사로부터 이씨가 수액을 과다 투여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수술동의서에서 ‘인공유산’ 부분을 사산한 태아를 제거한다는 뜻에서 ‘계류유산’으로 고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수대 소속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의 첫 성과이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가수 신해철 사망 이후 높아진 의료사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3월 전문 수사팀을 발족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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