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韓中日 시인 15명 국제 동인 '몬순' 결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韓中日 시인 15명 국제 동인 '몬순' 결성

입력
2015.06.29 16:31
0 0
동아시아 최초의 시인 국제동인 '몬순'의 한중일 대표인 한국의 고형렬, 중국의 린망, 일본의 스즈키 히사오 시인(위부터). 문예중앙 제공
동아시아 최초의 시인 국제동인 '몬순'의 한중일 대표인 한국의 고형렬, 중국의 린망, 일본의 스즈키 히사오 시인(위부터). 문예중앙 제공

중국의 린망
중국의 린망
일본의 스즈키 히사오
일본의 스즈키 히사오

“사실은, 사죄를 해달라는 것뿐이지요 / 존엄을 짓밟힌 사람들은, 돈 따위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자기들이 한 몰지각한 가해의 의미를 / 받아들여달라는 것뿐이지요 // 다음 방한 때는 / 꼭 할머니들을 안아드리려 합니다. / 당신을 안는 대신으로” (나카무라 준 ‘어머니께’ 일부)

일본 시인 나카무라 준의 외조부는 한국인이다. 극심한 차별 속에서 “죠센의 ‘죠’를 듣기만 해도 겁에 질리는” 어머니를 보며 자란 시인은 조선 위안부들의 눈물을 남의 일 보듯 할 수 없었다. 어머니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어머니께’라는 시는 한중일 시인 국제동인 앤솔러지(시문집) ‘몬순’ 창간호(문예중앙)에 실렸다.

‘몬순’은 동아시아 최초의 시인 국제동인이다. 3국에서 동시 출간된 창간호에는 각국에서 5명씩, 15인의 신작시와 산문이 담겼다. 한국에서는 고형렬, 김기택, 나희덕, 심보선, 진은영 시인이 참여했다. 첫 구상자는 고형렬 시인이다. 2000년 ‘시평’이란 잡지를 창간해 340여명의 아시아 시인들을 소개해온 그는 ‘내셔널리즘을 넘어서는 문학적 교류와 연대’를 꿈꾸며 일본, 중국, 몽골, 대만의 시인들과 접촉했다. 이들이 다시 자국의 시인들에게 가지치기를 하면서 ‘몬순’의 참여자가 확정됐다.

국경을 넘어 문학의 영토 안으로 들어온 3국 시인들의 목소리는 날 것 그대로 솔직하다. 영토 분쟁으로 인한 충돌도, 과거사 청산을 놓고 벌이는 자존심 싸움도 없다. 일본의 시인은 전범국으로서 조국의 책임을 통감하고, 중국의 시인은 정부의 성장정책이 남긴 폐해에 대해 한숨을 숨기지 않으며, 한국의 시인은 세월호 참사가 들춘 국가의 민낯에 마음껏 한탄한다.

“경제가 쾌속차를 탔다 / 식탁에는 먹을 것들이 많아지고 / 이른바 발전이란 / 우리의 뿌리를 뽑아버렸고 / 사람들을 얼마나 더 빨리 죽게 만들었는지”(선웨이 ‘고향을 계속 찬미하는 것은 죄인이다’일부)

심보선 시인은 “정치적 테제를 다루자는 합의는 없었으나 시를 받아놓고 보니 그런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며 “각국이 처한 상황 속에서 시인들이 자연스럽게 문학적으로 반응한 결과”라고 말했다.

‘몬순’은 1년에 한번씩 앤솔러지를 출간하며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창간호에는 재정 문제로 몽골, 대만 등이 빠지고 한중일 3국만 참여하게 됐지만, 앞으로 옵저버 형태로 참여국을 더 늘릴 예정이다. 심 시인은 “아시아 다른 국가의 시인, 유럽이나 미국에서 활동 하는 아시아계 시인까지 포함시키면 더 다양한 내용의 시들이 나올 것”이라며 “소위‘동양적 감수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현재적 의미의 ‘아시아’를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