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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아동연쇄살인범 수기 출간, 日 뜨거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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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아동연쇄살인범 수기 출간, 日 뜨거운 논쟁

입력
2015.06.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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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10만부 팔려 베스트셀러… 유족들 "아들 두번 죽여" 반발

1997년 최악의 소년범죄로 일본사회를 경악케 한 ‘고베(神戶) 아동연쇄살인사건’의 가해 남성(32)이 잔혹했던 사건경위를 담은 수기를 내놓았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던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책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오오타출판사가 이달 10일 출간한 ‘절가(絶歌)’는 당시 가해자인 아즈마 신이치로(32ㆍ현재는 개명 추정)가 스스로 범행수법과 범행 후의 일상, 현재의 심경을 기록했다. 초판 10만부를 찍고 증쇄도 결정됐다. 29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출판사측은 “체험을 통해 작성돼 어떤 심리상태에서 죄를 저질렀는지 알 수 있다, 본인도 피해자에 대해 염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쓰지 않으면 자신이 살 수 없다고 한다”고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의 범죄를 스스로 써보고 싶은 욕구가 삶을 지탱시켜 왔다는 황당한 이유다. 출판사는 소년범죄가 어떤 심경으로 발생하는지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어 일으켜야 한다는 명분도 내세운다. 엽기적 범죄를 까발리겠다는 발상도 그렇지만 모방범죄 심리를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이라면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1997년 5월 효고(兵庫)현 고베시의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11세 소년의 머리가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입을 귀까지 찢고 목을 절단한 뒤 중학교 정문에 건 머리엔 범행선언문이 끼워져 있었다. 일주일 뒤 고베신문사엔 2차 범행예고 쪽지도 도착했다. 한달 뒤 붙잡힌 범인은 놀랍게도 14세 중학생이었다. 수사결과 수개월전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망치 등으로 살해했고 다른 3명에게도 중상을 입혔다. 사람 죽이기를 즐긴 사이코패스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의 계기가 됐다. 6년여 간 의료소년원에서 복역한 범인은 2004년 가석방된 뒤 가족과 떨어진 채 신원을 숨기고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왔다.

미국에선 헌법에 출판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전례가 많고 일본에서도 살인사건 가해자가 책을 낸 것은 10여 차례가 넘는다. 하지만 유족들은 가해 남성이 ‘원소년 A’라는 익명의 저자로 책을 낸 점에도 분노하고 있다. 피해소년의 아버지(59)는 29일 산케이(産經)신문에 “사건의 잔인한 상황은 유족만 알면 되지 지금 와서 많은 사람에게 전할 필요가 어디 있나”라며 “표현의 자유는 무엇을 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의 표현의 권리를 지키는 것보다 피해자의 인권을 지켜달라, 아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가해남성은 사건 후 매년 유족들에게 편지를 보내왔으며 18년째인 올해 5월에도 편지가 도착했다. 유족들은 “편지를 읽는 것도 괴롭지만 우리는 자녀에 대한 의무라 생각하고 편지를 읽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수기를 내겠다는 얘기를 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

현재 출판사 측은 가해남성이 인세수입을 유족배상에 충당할 것이라며 출판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서점에선 책이 매진되고 있지만 유족들을 배려해 이 책을 취급하지 않는 서점들도 늘고 있다. 고베시 당국은 23일 “사건이 발생한 지자체로서 유족의 마음을 감안한다”며 11개 시립도서관에서 수기를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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