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이 28일 발사 직후 폭발했다.
스페이스X는 “국제 우주정거장(ISS)에 전달할 식료품과 장비 등을 실은 로켓 ‘팰컨 9’가 오전 10시21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됐지만 2분 19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팰컨 9은 발사 당시 불꽃을 내뿜으며 힘차게 하늘로 솟구쳤지만 1분30여초 쯤 지나자 로켓 상단에서 연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곧 우주 센터로 수신되는 신호가 사라졌고 로켓 전체가 흰 연기에 휩싸였다. 이후 2분19초 만에 산산조각이 나면서 잔해가 대서양으로 떨어졌다. 폭발 당시 로켓 속도는 시속 4,600㎞, 고도는 43㎞였다. 팰컨 9은 2012년 이후 19차례 발사됐지만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항공우주국(나사)은 “로켓 잔해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지역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사고 원인은 연료계통 이상으로 추정된다.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엘론 머스크는 폭발 직후 트위터에 “1단 로켓이 분리되기 전 압력이 지나치게 많이 걸려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팰컨 9에는 드래곤 무인우주화물선이 실려 있었고 이 우주선 안에는 ISS에 거주하는 우주인들에게 전달할 각종 실험장비와 식료품 등 2.5톤 분량의 화물이 탑재돼 있었다.
팰컨 9의 폭발로 “최근 잇단 물자 공급 실패로 우주 정거장이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월에는 소유스 2-1A 로켓에 실려 발사된 러시아 화물전달 우주선 ‘프로그레스 M-27’이 궤도를 잃고 추락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민간 우주기업 오비털사이언스가 우주정거장에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쏘아 올린 안타레스 로켓은 발사 6초 만에 공중에서 산산조각 났다. 나사는 “우주 정거장에는 수개월 치의 물품이 저장돼 있다”며 물품부족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7월과 8월 발사 예정인 러시아 프로그레스호와 일본 HTV호 마저 화물 전달에 실패하면 우주 정거장 우주인들은 비상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번 로켓 사고로 우주 탐사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나사는 팰컨 9의 안전성이 검증되면 드래곤 캡슐에 우주인을 탑승시켜 우주정거장에 보낼 계획이었다.
한편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공동창업자이자, 온라인 업체의 거부(巨富) 엘런 머스크가 이번 실패를 딛고 재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머스크의 44번째 생일이었다.
머스크는 그 동안 우주선에 탈출용 로켓을 장착하고, 쏘아 올린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등 기존 과학계의 상식을 깨는 실험을 해 왔다. 2030년 이후에는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고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발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한 머스크의 거침없는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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