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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마스크 속의 말들

입력
2015.06.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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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탓에 마스크 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풍경은 섬뜩하기도 음험하기도 하다. 얼굴을 숨기고 입을 가린다는 건 모종의 암묵적 폭력이나 금기를 떠올리게 한다. 뭔가에 대해 입을 다물어야 하고 정체를 숨겨야 하는 상황.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입 안으로 감춘 말과 가면 뒤로 숨긴 얼굴들은 더 많은 걸 알리고 깨우치려 하는 듯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오래 숨기고 감춰두려 했던 것들이 내압을 못 이겨 제 스스로 입을 벌려 난장을 피우는 느낌이다. 쉬쉬했던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고, 억지로 눌러뒀던 감정들이 원색적으로 터져 나와 세상 공기가 텁텁하고 따갑다. 그 어떤 폭로도 통쾌하거나 시원하지 않다. SNS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막혔던 숨통이 터지는 게 아니라, 귀도 막고 입도 막아 내 안의 공기나 눈 질끈 감고 들여다보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에 대한 냉정한 검증을 위한다는 말들이 꼬리를 물면서 사실을 소외시키고 어떤 감정의 총체로 사람들의 억눌린 심사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역류하는 듯도 보인다. 분분하게 생산되는 말들이 오히려 더 분명하고 솔직한 말을 가리고 짓누르는 상황. 왠지, 뭔가를 듣기 싫어 마스크를 끼는 기분이다. 메르스를 논외로 친다 해도, 이상한 역설이다. 마스크 안으로 구취가 맴돈다. 내 속은 얼마나 문드러져 있는 걸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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