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대학 발전기금 모금을 위해 일반인이 참여하는 십시일반 기부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장학금 모금에 그치지 않고 발전기금으로까지 정기 소액기부를 유도하는 것은 국내 대학 중 처음이다.
29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대학은 지난달 5일 개교 110주년을 맞아 동문,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부 프로그램 ‘KU PRIDE CLUB’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기부는 개인이 원하는 만큼 기부계좌를 개설, 계좌당 매월 1만원씩 후원하는 방식이다. 이날까지 개설된 계좌는 총 1,995개로, 609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계좌의 10% 가까이가 일반인의 후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염재호 총장이며, 개교 110주년을 의미하는 110개의 계좌로 기부에 참여 중이다.
고려대의 소액 기부 프로그램은 기부금이 기존의 다른 대학들처럼 장학금 지급 용도에만 그치지 않고, 연구비 지원이나 시설 건립 등 발전기금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기금은 국제사회 전문가를 기르는 데 쓰이는 ‘개척하는 지성 양성기금’, 세계적인 석학 유치 및 학생들 연구 논문을 지원하는 ‘다음세대 연구기금’, 원만한 학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비를 지원하는 ‘변혁적 장학기금’, 교육환경 개선에 쓰이는 ‘미래인프라 기금’ 등 총 네 가지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일반인의 기부 참여는 대학이 동문들만의 소유가 아니며, 지역사회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 스탠퍼드 대학 등의 경우 졸업생 한 명이 배출될 때까지 다수의 지역 주민들 후원이 함께 하고 있다. 고려대 근처에서 인도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한명씨는 “대학은 교수, 학생과 건물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공동체”라며 “창업으로 이룬 성공을 대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기부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유병현 고려대 기금기획본부장은 “작은 정성으로도 한 대학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시민들이 대학 발전의 조력자가 되는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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