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주, 동성결혼 허용에 ‘최후의 저항’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동성 결혼 합헌 결정과 함께 미국 내 50개 주에서 이를 허용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지만, 보수적인 남부 주는 하급심의 ‘명확한 지시’를 받기 전까지 동성 부부에게 결혼 허가증 발급을 보류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지역 일간지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 정치 전문지 ‘뉴 리퍼블릭’ 등에 따르면,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텍사스 등 동성결혼에 반대해 온 남부 주(州)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허용 판결에도 종교 자유 원칙과 각 주의 권리 등을 내세워 동성결혼 허가증 발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남부 주는 대법원의 판결 전까지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은 미국 14개 주의 다수를 차지한다.
동성결혼에 비판적인 남부 주 주 정부는 연방대법원의 하급심인 연방지방법원이 각 주에 동성결혼 허가증 발급에 대한 확고한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연방대법원의 합헌 판정으로 각 주가 이를 거부할 명분은 전혀 없지만, 행정 절차를 이유로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후의 저항’에 나선 남부 주에서 정상적으로 동성 연인의 결혼 허가증이 발급되려면 수일 또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
이와 달리, 연방대법원의 최종 심리에서 동성결혼 반대 주장을 편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등 4개 주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연방지법의 명령에 관계없이 즉각 동성결혼 허가증이 발급됐다.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자로 동성결혼을 강력 반대한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뉴올리언스를 필두로 주 내 63개 패리시(카운티 개념) 법원에 연방지법의 명령이 도달할 때까지 동성결혼 허가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켄 팩스턴 텍사스 주 법무장관도 주 정부에서 명령을 내릴 때까지 동성결혼 허가증을 내주지 말라고 산하 각급 법원에 지시했으나,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이 26일에만 150쌍의 동성커플에게 허가증을 발급하는 등 주 정부의 방침에 어긋나는 혼란 양상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짐 후드 미시시피 주 법무장관은 주 자체적으로 연방 제5 항소법원에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이의를 신청한 만큼, 항소법원의 소송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동성결혼 허가증을 발급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앨라배마 주에서는 공증 업무를 담당하는 선출직 판사 2명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뜻에서 모든 부부에 대한 법원의 결혼허가증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법원의 결혼 허가증 발급이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를 댄 두 판사 탓에 이 지역에 사는 부부는 앞으로 다른 지역 법원에서 결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언론은 남부 주가 남북전쟁 시기 노예제를 주창한 남부연합 소속일 때부터 흑백 분리와 같은 차별 정책으로 1960년대 중반까지 연방 민권법에 조직적으로 대항했으나 최근의 경향은 비조직적이라면서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상 결속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보수 개신교 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자영업자의 성소수자 차별을 사실상 보장하는 ‘종교자유보호법’ 등의 제정으로 동성결혼 허용에 적극적으로 맞서리라는 전망도 나오는 형편이어서 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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