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면세점들 대형화 전력투구
외형 확대하며 공격적 투자
국내 유통사들도 글로벌 도약 모색
새 사업자 선정에 경쟁력도 살펴야
국내 유통관련 기업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뛰어든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이 다음달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 2곳, 중소ㆍ중견기업 1곳 등 총 3곳을 선정하는 이번 면세점 입찰에 대기업 7곳, 중소ㆍ중견기업 14곳 등 총 21개사가 뛰어 들었다. 관세청은 이 업체들을 대상으로 면세점 관리 역량과 부지 주변 환경, 중소기업과 상생 등을 평가해 빠르면 다음 달 중순 선정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유통 관련 기업들이 대거 뛰어든 것은 면세점 선정을 자주 하지 않는 까닭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면세사업이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면세점 사업을 통해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글로벌 유통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만큼 세계적 면세 기업들은 최근 덩치를 키우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2위 면세점인 스위스 듀프리는 5위인 프랑스의 뉘앙스 면세점을 인수했다. 미국 DFS 면세점 그룹도 최근 이탈리아 WDF 면세점을 흡수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영 면세점 CDFG는 지난해 중국 하이난섬에 세계 최대 면세점을 개점하는 등 외형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하이난 섬을 세계 일류 관광 휴양지로 육성하기 위해 비행기로 방문하는 만 18세 이상 외국인은 물론이고 자국민들에게도 면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외국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들의 면세 소비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 당국의 전략이다.
일본도 공격적이다. 2020년까지 외국 관광객을 2,000만명까지 늘리기 위한 관광 진흥책을 발표하며 현재 6,600개인 지방 면세점을 2만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태국은 하나의 사업자가 자국 내 면세점을 모두 운영하는 형태로 집중화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관광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처럼 전체 섬을 면세지역으로 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면세점 사업의 특수성도 고려 대상이다. 면세점은 제조업체들이 입점해 물건을판매하는 백화점과 달리 사업자가 물품을 사들여 되파는 형태다. 따라서 상당한 자금이 확보되고 재고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지 못하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질병이나 환율 등 예상치 못한 환경 변화에 견디기 어렵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유행하던 2003년 방한 관광객이 전년대비 11.1% 감소한 475만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당시 롯데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16.6% 감소했고 한진그룹은 1986년부터 시작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을 포기했다. 한진은 현재 기내 면세점만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국가적 사업으로 성장한 이번 서울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학과 교수는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여부에 따라 관광 산업 발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중국 관광객 1,000만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면세점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 관광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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