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그렇게 수비를 잘하는 선수인지 몰랐어요."
두산 김현수는 이달 초 잠실 KIA전이 끝나고 김호령(23ㆍKIA)의 수비에 혀를 내둘렀다. 1-4로 뒤지던 4회말 1사 1ㆍ3루에서 상대 선발 서재응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통타했지만, 중견수 김호령이 어느새 쫓아가 타구를 낚아챈 것이다. 김현수는 "치는 순간 무조건 갈랐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몇 차례나 곱씹었다. 두산 전력분석 측에서도 "다이빙 캐치가 아니라 그냥 쫓아가서 잡더라. 타구 판단이 보통 빠른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호령이 이번에도 환상적인 수비로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8일 광주 두산전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공격에선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제 몫을 못했다. 외야로 간 타구가 1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상대 선발 장원준의 공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중견수'로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산 선수들이 무조건 안타라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낙구 지점을 어느새 포착한 김호령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7회였다. 두산 오재원은 1-1이던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스틴슨의 공을 제대로 때렸지만, 김호령이 몇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고 잡아내자 허탈해할 뿐이었다.
9회에는 승리와 직결되는 호수비가 연달아 나왔다. 김기태 KIA 감독은 2-1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윤석민을 올려 경기를 지키려 했다. 전날 경기까지 세이브 공동 1위 투수였다. 하지만 윤석민은 1사 후 홍성흔과 오재원에게 연속 안타를 내줬고 계속된 2사 1ㆍ2루에서도 허경민에게 중전 안타를 얻어 맞았다. 지난 23일 마산 NC전 이후 5일 만에 등판한 탓인지 몸이 조금 무거워 보였다.
이 때 김호령의 발과 어깨가 빛났다. 허경민의 타구를 빠르게 뛰어들어 잡아 지체 없이 홈으로 송구했다. 2루 대주자 양종민이 3루를 돌자마자 멈추게끔 만든 플레이였다. 계속된 만루에서도 김호령은 타구 판단이 좋았다. 상대 최주환의 타구는 방망이 끝에 걸려 중견수 쪽으로 힘없이 날아갔는데, '딱' 소리와 함께 김호령이 무섭게 달려들어 또 한 번 편안하게 포구했다.
군산상고-동국대 출신의 김호령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0라운드 전체 102순위 출신이다. 남다른 수비 능력을 눈 여겨본 KIA가 마지막 선택권을 썼다. 이후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훈련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다"며 그를 4월22일 롯데전부터 기용했고, 김호령은 어느새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으로 야구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조범현 kt 감독도 "경험 많은 선수들을 제외하고 올해는 박해민(삼성)과 김호령이 가장 눈에 띄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사진=KIA 김호령.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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