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롯데 포수 김준태(21)는 지난 28일 사직 넥센전을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2013년 10월2일 사직 삼성전 이후 634일 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전날(27일) 주전 포수 강민호가 부상을 입어 그에게도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3경기에 출전했던 그는 1타수 무안타에 머물고 있었다.
김준태는 "심장이 계속 뛰고 있다"며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했다. 이번 기회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강민호 공백에 비상이 걸린 롯데로서도 김준태의 활약이 중요했다.
이날 상대 선발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넥센은 한현희(22)가 선발로 나섰다. 김준태와 한현희는 경남고 동기로 고교 시절 배터리를 이뤘다. 한때는 동지였지만 이제는 '적'이 돼 만났다. 김준태는 "어제 현희의 투구 모습만 2시간 동안 봤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누구보다 한현희를 잘 아는 그였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현희의 볼은 많이 받아봤지만 타석에서 그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다. 우투좌타 김준태는 "학교 때 청백전을 할 때도 현희의 볼은 안 쳐봤다. 오늘이 처음이다"며 "어제 영상을 보니 현희가 좌타자에게는 주로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더라. 직구를 노리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김준태의 '분석'이 통했다. 고교 시절 배터리 대결은 김준태의 승리였다. 8번타자로 나선 김준태는 3회말 첫 타석에서 한현희의 슬라이더에 우전 안타를 뽑아내 올 시즌 첫 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1-5로 뒤진 5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직구를 때려 2루수 쪽 내야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내야를 벗어나지 않은 타구에도 전력질주를 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6회말 2사 1·2루 찬스에는 삼진으로 돌아서 3타수 2안타로 맞대결을 마쳤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넥센이 7-1로 승리하며 한현희가 웃었다. 한현희는 6이닝 6피안타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시즌 7승째를 챙겼다. 김준태는 멀티히트를 기록했지만 이날 그와 호흡을 맞춘 롯데 투수진은 7실점(4자책)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만난 한현희는 "친구라고 봐주는 게 어디 있나. 준태에게는 오히려 더 세게 던졌다. 하지만 준태가 정말 잘 치더라"며 '첫 맞대결' 소감을 전했다.
사진=넥센 한현희(왼쪽)-롯데 김준태.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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