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여인의 초상' (1919년, 캔버스에 유화, 65×50cm, 라쇼드퐁 미술관), 모딜리아니 전시본부 제공
타원형의 길쭉한 얼굴에 눈동자가 없는 아몬드형의 눈, 긴 목과 유난히도 작은 입술.
형태의 단순화와 정제된 표현력이 예술의 본질을 이루는 '젊은 여인의 초상'은 20세기 초 파리 화단의 아웃사이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독창적 화풍을 잘 보여준다.
인물중심의 회화를 집요하게 추구했던 이탈리아 출신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열린 '모딜리아니, 몽파르나스의 전설' 전이다. 전시는 오는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몽파르나스의 전설이 된 모딜리아니의 예술과 삶을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파리 시립미술관, 피카소미술관, 오랑주리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20여 곳 공공미술관 소장작품과 개인소장품 7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모딜리아니의 예술세계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1906년부터 1920년까지의 유화, 드로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짧았던 생애만큼이나 간결하고 응축된 표현양식을 보다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총 여섯 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남자의 초상, 여인상 기둥, 여인의 초상, 누드, 종이작품, 모딜리아니와 모이즈 키슬링 등이다.
모딜리아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매우 약한 아들에게 공부대신 여행을 통한 풍부한 경험을 선물했고, 이는 예술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모딜리아니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모딜리아니가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906년 예술의 중심지였던 프랑스 파리로 넘어오면서다. 1908년 앵데팡당전에 회화 여섯 점을 출품해 화가로서 이름을 알리지만 여전히 그는 파리의 이방인 예술가일 뿐이었다. 모딜리아니는 새로운 예술 중심지인 몽파르나스로 거처를 옮겨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양식을 발전시켜나간다.
모딜리아니 작품은 단순하고 아름답다. 명확한 선을 사용해 신체의 윤곽을 극도로 단순화시키고 단색위주의 채색으로 절제미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의 수단이었다. 외면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집중해 내면세계로 통하는 비밀의 문을 열 듯 한 점 한 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눈동자가 없는 아몬드형의 눈은 인물의 내면세계로 통하는 상징이 되었다. 검은색에서 점차 하늘빛으로 변화하는 눈 색깔은 내면의 깨달음을 암시하는 기호처럼 사용되었다. 이는 모딜리아니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모딜리아니의 독창성은 그 어떤 양식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인 자리매김하며 오늘날까지 '몽파르나스의 전설'로 살아 숨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른 다섯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의 삶에서 인물화만을 고집한 예술가적 집착과 끈기, 인간의 내면을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했던 그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김서연 인턴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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