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오늘 최고위서 공세 펼듯
사퇴 논의 재의총 소집 서명도
비박계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청와대와 친박계 주류그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공세를 본격화하면서 여권 내 계파 갈등이 일촉측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비박계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맞대응 방침을 흘리고 있어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박계는 28일까지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9일 최고위원회의부터 본격적 공세를 펼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를 논의할 의원총회 소집을 위해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면서 "내일 최고위원회의 등을 지켜본 뒤 소집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는 여당 원내대표는 필요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앞서 새누리당 내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 등은 26일 유 원내대표 사퇴를 전제로 한 당청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원내대표 직에서 물러나는 것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비박계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반격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핵심당직자는 “메르스 사태와 극심한 가뭄, 경기침체 등을 극복하기 위해 매진해야 할 시기에 대통령이 개인 감정을 앞세워 집권여당을 풍비박산내려 하고 있다”며 “임계점을 벗어날 경우 침묵하는 다수 의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의 한 재선 의원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꼼짝 못하는 여당을 만들려고 한다면 우리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친박ㆍ비박 갈등이 고조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권력지도가 바뀌는 것은 물론 이합집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여당의 지위 없이 총선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우에 따라 ‘여당다운 여당’을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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