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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못 본 척 가 주세요

입력
2015.06.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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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중 가축을 빼고 나면 사람과 가장 가까운 짐승 중 하나가 제비일 게다. 공존의 전제조건은 익숙함과 무관심이다. 서로 해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거기서 출발한다. 조용하던 서해 작은 섬에 다리가 새로 놓이고 외지인의 발길이 늘면서 애꿎은 제비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낯선 시선만으로도 깜짝깜짝 놀라는데, 더러는 사진까지 찍겠다며 코앞까지 핸드폰을 들이댄다. 이쯤 되면 집으로서의 기능은 끝난 거다. ‘이제 또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낮은 처마 밑에 힘들게 둥지를 튼 제비의 시선에 경계심이 가득하다. 멀찍이 떨어졌다지만 나 또한 카메라를 들었으니 할 말은 없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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