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용병’ 더스틴 니퍼트(34) 없이도 두산이 잘 나가는 이유는 단연 토종 왼손 선발 4명 덕분이다. 두산 왼손 투수로는 사상 첫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한 유희관(29)을 필두로 장원준(30) 진야곱(26) 허준혁(25)이 기대 이상의 투구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유희관 11승, 장원준 7승, 진야곱 3승, 허준혁은 2승이다. 노히트노런 투수 마야가 방출되고 니퍼트까지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 두산 선발진은 리그 최고 수준을 뽐낸다. 잠실 곰의 안방마님 양의지에게 물었다. 같은 듯 다른 이들 4명의 특징과 볼배합을. 양의지도 “연달아 왼손 투수의 공을 받을 때면 나도 흥미롭다”고 했다.
유희관과 장원준은 “완전 다른 투수”
겉으로 보기에 유희관과 장원준은 비슷한 유형의 투수다. 갖고 있는 구종이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유희관은 싱커)으로 일치한다. 둘 모두 왼손 투수임에도 오른손 타자에게 강하고 오히려 좌타자에게 고전하는 것도 닮았다. 장원준은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 품에 안긴 뒤 유희관과 가장 가까이 지내고 있다.
하지만 양의지는 “둘에게 하는 볼 배합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유는 서로의 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늘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요구하는 것 같아도 그 체인지업 사인을 내기까지 과정이 정반대인 것이다.
양의지는 “일단 투 스트라이크까지 잡아야 한다면 (장)원준이 형은 몸쪽을 적극 활용한다. 오른손 타자에게 던지는 슬라이더가 일품이다”면서 “(유)희관이 형은 몸쪽, 바깥쪽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제구가 좋기 때문에 바깥쪽을 좀더 활용해 스트라이크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투 스트라이크 이후 볼 배합에 대해 “바깥쪽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할지, 역으로 몸쪽을 찔러 넣을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 타자 성향과 주자 유무 등을 고려한다”면서 “(유)희관이 형의 체인지업은 좀 더 옆으로 휘는 맛이 있고, (장)원준이 형의 체인지업은 밑으로 떨어지는 폭이 크다. 둘 모두 타자들이 치기 힘든 변화를 보인다”고 밝혔다.
진야곱은 ‘묵직함’… 허준혁은 ‘안정감’
직구 스피드가 가장 빠른 진야곱은 구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잔디에 던지지 마라’ ‘유리한 카운트에서 왜 떠느냐’ 등의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마운드에서 껌을 씹는 등의 변화로 선발로 정착했다. 양의지도 진야곱에 대해 “야구인들이 쓰는 용어로 ‘다마(일본어 たまㆍ공)가 좋은 투수’다. 묵직하게 들어온다”며 “슬라이더는 왼손과 오른손 타자를 가리지 않고 제대로만 긁힌다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한용덕 두산 투수코치도 “자기 밸런스만 유지한다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진야곱을 칭찬했다.
허준혁은 그야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 투수다. 2군에서 잘 던졌지만, 1군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벌써 3경기째 팀이 리드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며 2승,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이다. 양의지는 허준혁이 지난 13일 잠실 NC전을 통해 시즌 첫 1군 경기를 치르자 “자신 있게 던져라. 네가 맞아도 안타가 아닌 범타 확률이 더 높은 게 야구다. 네 뒤에 뛰어난 선배들이 많다”고 말해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양의지는 이후 “나도 (허)준혁이가 이렇게 잘 던질 줄은 몰랐다. 마운드에서 떨지도 않고 참 안정적”이라며 엄지를 치켜 들었다.
함태수기자 hts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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