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에 공영방송 KBS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MBC 대주주), EBS의 이사진이 대거 교체된다. 이사들의 교체에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이 걸려있다. 그런데 걱정부터 앞선다. 이사진을 공모하고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금까지 수행한 인선에 낙하산 논란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우려가 큰 20개의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24일 ‘공영언론 이사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행동에 나섰다. 각 방송사의 이사 후보들(KBS 11명, MBC 9명, EBS 9명)을 추려 방통위에 추천 접수하고 정치권에도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11월 조대현 KBS 사장도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이번만큼은 공영방송의 이사와 사장을 제대로 뽑아 보자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방통위에서 낙하산 논란이 인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방통위는 지난해 1년 임기를 남기고 사퇴한 이길영 전 KBS 이사장의 후임으로 뉴라이트 역사학자인 이인호 이사장을 추천했다. KBS가 단독 보도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강연’ 내용을 보고 “감명 받았다”, “그를 반민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등의 말로 논란이 된 인물이었다. 또 그 해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곽성문 전 새누리당 의원을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지난달에는 방통위에서 독립법인화 된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비서실장이 되기 전 종합편성채널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종북으로 보는 사람이 일부 있다. 결과적으로 종북이 될 수도 있다” 말해 종편에서도 하차한 그였다. 언론시민단체들이 ‘청와대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쏟아냈지만 방통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26일 전체회의에서 시청자미디어재단 경영기획실장(1급 상당)에 최수영 전 청와대 대변인실 수석행정관이 지원해 최종면접에 오른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김재홍·고삼석 위원이 이를 문제삼았지만 최성준 위원장과 허원제 부위원장 등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며 나몰라라 했다.
언제부터인지 방송기관은 정권 인사들의 퇴직 후 일터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면서 방송사들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자극적인 예능 일색에 방송사고가 잇따르는 등 황폐해지고 있다. 방통위는 청와대의 눈치보기에 급급하지 말고 방송·언론의 미래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봐야 한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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