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가격에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서울 강남 일대 구두박스(구두수선대) 운영권 실태(본보 5월 28일자 10면)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등 불법운영 근절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23일 ‘서울특별시 보도상 영업시설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허가 받은 구두박스 운영자의 사진이 부착된 운영자증명서를 시설물의 내ㆍ외부에 각각 게시하고, 운영자나 배우자 또는 직계가족 중 1명을 지정해 운영자증명서상에 등록하도록 했다. 불법을 신고하는 시민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은 내달 10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공포 즉시 시행된다.
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긴급히 정비한 것은 구두박스가 사회취약계층의 생계보장을 위해 시가 특정 운영자에게 한시적으로 운영을 허가한 공유재산임에도 그간 상인들 사이에서 운영권을 사적으로 사고 파는 탈법 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불법을 근절할 제재수단으로는 미흡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 구두닦이로 일하는 한 종사자는 28일 “구두닦이와 찍새(구두 수집자) 등 종업원 3,4명을 두고 일하는 업계 특성 상 불법으로 운영권을 산 상인도 종업원이라고 속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시민포상금제도를 운영하겠다는 방침 역시 “신고가 들어와도 ‘종업원이 일하고 있었다’고 둘러대면 단속망을 피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현동 일대 구두박스에서 일하는 다른 종사자는 “단속이 시작되면 구두박스 운영자들은 휴대폰으로 10분 내에 정보를 공유한다”며 “혼자 운영하는 구두박스의 경우에도 단속을 피해 잠시 문을 닫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제재규정 마련 외에 소수 공무원이 일일이 점검하는 현행 ‘순회식 단속’에서 벗어나 대규모 인원을 일괄 투입하는 등 단속효과를 높이는 실질적 조치가 뒷받침돼야 불법 매매를 뿌리뽑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