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가면 생계를 잇기 어렵다”는 20대 다둥이 가장의 병역 면제 요청을 불허한 병무청의 처분이 정당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주민등록상 부모와 분리돼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병역법상 ‘가족’인 그의 부모가 1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김모(29)씨가 서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낸 병역감면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2005년 10월 현역병 입영대상자 처분을 받은 김씨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진학과 재학 등을 이유로 입대를 수 차례 연기했다. 이후 2013년 자녀양육을 이유로 상근예비역 복무를 신청했고, 병무청은 이를 받아들여 같은 해 12월 김씨에게 상근예비역으로 입영할 것을 통지했다. 하지만 김씨는 2014년 1월 “입대하면 아내와 세 아이 등 가족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며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한 병역감면원을 재차 제출했다. 이에 병무청은 “김씨 부모가 김씨에게 주택을 마련해줬고, 김씨가 아버지 명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부모 재산을 합하면 재산액이 병역감면 기준을 초과한다”고 김씨의 신청을 거부했다. 당시 김씨 부부의 재산은 서울 동작구의 빌라 보증금 1,400만원 등 총 4,800여만원, 김씨 부모의 재산이 1억9,300여만원이었다. 김씨는 “부모가 임대수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지원할 능력이 없다”고 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역법상 병역의무자의 부모는 생계를 같이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가족’에 해당한다”며 “병역감면 처분 당시 김씨 가족은 합계 2억4,200여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2014년 병역감면 해당 기준인 8,085만원을 크게 초과해 재산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생계곤란’을 이유로 병역감면을 판단하기 위해선 생계를 같이하지 않는 부모라도 가족으로 보고 그 재산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현역 처분을 받고도 10년간 입영을 연기했다”며 “입영 후 가족의 생계대책을 마련할 기회를 이미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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