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계 오작동으로 과민반응 불러 적절한 균형 유지가 중요
젊은층, 아침 등 제때 식사 하고 나이 들수록 육류 섭취량 늘여야
단맛 강한 음식도 피해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감에 면역력에 좋다는 식재료와 건강기능식품이 매대에 놓기가 무섭게 동이 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자사 대표 상품을 앞세운 아전인수 식 ‘면역력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몸의 면역력을 좋게 하려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면역력이란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미생물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방어군이다. 외부 침입군에는 미생물 뿐 아니라 음식물, 꽃가루 등 물질로 포함된다. 면역체계는 주로 혈액 속 백혈구가 담당하는데, 백혈구는 림프구, 식세포, 과립구로 나뉜다. 면역력은 날 때부터 갖는 선천면역(자연면역)과 외부 바이러스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학습과 기억을 통해 만들어지는 후천면역(획득면역)으로 나뉜다. 선천면역에는 대식세포, 과립구, NK세포 등이 있으며, 림프구의 T세포, B세포는 후천면역에 속한다.
면역력, 낮지도 높지도 않은 균형이 중요
이런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면역력이 떨어지면) 외부 침략군에 대항하는 힘이 떨어져 각종 감염병 발생에 취약해진다. 감기, 세균성 장염, 요로 감염, 구내염, 잇몸 출혈 등이 발생하기 쉽고, 정상 세포가 돌연변이로 암세포로 변하더라도 이를 감지하고 제거하는 면역 반응이 떨어져 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면역력은 강할수록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면역반응이 너무 세게, 너무 오래 지속되게 되면 질병의 원인이 된다. 당뇨병, 비만, 심혈관 질환(동맥경화, 협심증 등)은 과도한 염증 반응에 따른 대표적인 질병들이다. 면역계의 오작동이나 과민반응도 병을 부른다. 면역세포가 외부 침입 물질이 아닌 우리 몸을 병원체로 잘못 인식하는 작동 이상을 일으키게 되면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질환이, 무해한 외부 물질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우 비염, 결막염,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각각 발병한다. 면역력도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균형’이 중요하다.
면역력을 좋게 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갈린다. 그러나 공통분모도 분명히 있다. 바로 바른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공통적으로 손꼽는 바른 생활습관에는 ▦음주와 흡연 삼가기 ▦과로와 스트레스 줄이기 ▦적절한 수면 취하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적절한 운동과 표준체중 유지도 추천되고 있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끈질긴 노력을 통해 습관을 바꾸려 하기 보다는, 훨씬 쉽고 간단한 음식 섭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이유다. 면역력에 좋다는 음식이 판치는 배경이기도 하다.
“면역력에 좋은 약이나 기능식품 없다” 견해도
이덕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면역력 증진에 좋은 먹거리로 요구르트 홍삼 새싹채소 파브리카 멜라토닌을 손꼽았다. 이 교수는 “다양한 색상의 채소와 과일로 비타민과 영양소 섭취하라“며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 생선과 유산균도 좋다”고 했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령대별 식습관 패턴의 문제점을 먼저 지적한 뒤 젊은층에게는 어육류를, 노년층에는 육류를 각각 권했다. 박 교수는 젊은층을 향해서는 “아침을 거르거나 제 때 식사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중년 이상층에 대해서는 “나이들수록 육류 등 단백질 섭취가 모자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예방을 위한 비타민 D, C 등 복용에 대해서는 “한 가지 영양소로 몸의 기능을 다 설명할 순 없다”고 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그동안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명 교수는 “면역세포 수를 늘리거나 사이토카인 양을 늘린다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감염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금연과 적당한 음주, 고른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의 ‘정기(正氣)’는 면역력의 개념
한편, 한의학 이론에 면역이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지만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항병력 혹은 저항력을 뜻하는 ‘정기(正氣)’가 그것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는 구절에 나온다. 인체 내 정기가 충만하면 외부로부터 사기(邪氣)가 침범할 수 없다는 뜻이다.
면역력 증진법과 관련, 허담 태을양생한의원 원장(옴니허브 대표)은 “특정 음식 보다 친환경으로 기른 채소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고기가 좋다“고 했다. 허 원장은 “면역에 좋은 음식을 굳이 추천하라면 대파 생강 양배추 마늘 브로콜리 등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들”이라며 “익혀 먹으면 좋다”고 했다.
평소 장의 건강을 통한 면역력 끌어올리기에 매달려온 변기원 변한의원 원장 “장내 유익균을 늘리기 위해서는 김치, 청국장 등 유산균이 풍부한 발효음식과 쌀 고구마 감자 육류 생선 채소 견과류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라”고 권했다. 반면 ‘단 음식’은 피하라고 강조했다. 변 원장은 “단맛이 강한 과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은 탄수화물과 단백질과 지방을 65:15:20의 비율로 섭취하라고 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여 주는 음식으로 ▦물 마늘 양파 부추 삼채 등 식이유황이 많이 들어간 음식 ▦생강 계피 고추 등 매운 맛을 내는 음식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추천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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