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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남중국해 갈등의 해법

입력
2015.06.2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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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정찰기 P8-A가 최근 남중국해 스트래틀리 군도 분쟁 지역에 바짝 다가가자 중국 해군이 8차례에 걸쳐 이 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의 영유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결정은 바위처럼 확고하다”고 말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은 전세계 어디서나 그러하듯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곳에서 비행, 항해할 것이다”고 대응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임박한 것일까.

내가 미 국방부에서 근무했던 1995년에 중국은, 필리핀 해안에 훨씬 가깝고 필리핀 소유라는 주장이 있는 스트래틀리 군도 내 팡가니방 산호초(Mischief Reef)의 간척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과 필리핀의 대립되는 주장에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을 것이며 관련 단체들이 평화적으로 중재해줄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스프래틀리 군도는 750여개의 바위와 환초, 작은 섬, 암초, 산호초 등 다섯 가지로 구성돼 있으며 남중국해에서 42만5,000㎢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반하는 것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동에서 오는 원유수송선과 유럽에서 오는 컨테이너선이 지나는 주요 해로이자 군용 또는 상업적인 비행기들이 일상적으로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영토에 대한 주장의 근거로 중국은 민족주의 시기 지도에 표시된 이른바‘9단선(九段線)’을 들고 있다. 이 선은 중국 본토에서 대략 수천 마일까지 확장돼 있으며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그리고 필리핀 등의 해안선에는 64~80㎞ 앞까지 다가간다. 이에 해당 국가들은 UNCLOS에서 정한 200마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팡가니방 산호초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중국 관료들은 9단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그 선들이 중국의 통치권을 주장하는 지역들에 대한 경계를 표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남중국해가 중국의 호수가 아니라는 것과 유엔협약에 따라 운영되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주변 해양의 이웃들과 충돌을 피하지 않았다. 중국은 2002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협의해서 만든 행동 수칙을 준수하겠다고 맹세했지만, 여전히 자국의 막강한 군대를 이용해 필리핀, 베트남과 대치하고 있다. 2012년에 중국 경비정은 필리핀 고기잡이 배를 필리핀 앞바다에 있는 스카버러 암초(Scarborough Shoal)에서 추격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 사건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회부했다. 2014년에는 중국이 바다에 석유굴착장치를 설치한 것에 베트남이 항의했고, 이로 인해 양국 배들이 바다에서 대치했다. 베트남에서는 반중 데모도 일어났다.

미국은 일부 국가들에 지지를 보내는 듯 했지만 여전히 영유권 대치 상황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중국의 주장은 일부 미약한 측면도 있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법적 근거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계에서 더 큰 이슈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중국이 다섯 개 암초에 모래를 뿌려 인공섬을 만드는 등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했다. 지난해에는 전문가들이 스프래틀리 군도에 3,000m 정도의 활주로를 갖춘 가상 이미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미국은 외국 배와 비행기가 영토로부터 12마일까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UNCLOS가 승인해주길 촉구했다. 군용 비행기가 해당 국가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배타적경제수역 안쪽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만약 중국처럼 각각의 지역이 점유하고 있는 구역에서 권리를 주장한다면 남중국해는 대부분의 구역이 차단된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함대사령관은 이를 ‘모래로 만든 만리장성’이라고 불렀다.

중국은 간척 작업이 명백히 자신들의 주권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은 주변 이웃 국가들이 자국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산호초에 또 다른 구조물을 세우는 것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불신은 2013년 중국과 일본이 동중국해에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에서 분쟁하기 시작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사전 경고 없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했다. 미국은 B-52 폭격기 두 대를 비식별 구역에 띄웠다. 이는 최근 해군정찰비행의 선례가 됐다(정찰기에는 CNN 기자들이 함께 탑승했다).

미국의 이 같은 대응은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을 차단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영유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 상원이 UNCLOS를 비준하지 않아, 암초를 섬으로 바꾸려 시도하고 자유로운 통항에 방해가 될 수 있는(이것이 미국의 주요 관심사이다) 배타적경제수역을 주장하는 중국을 ITLOS에 회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이 UNCLOS를 비준했고 미국이 국제법의 관행에 따라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모호했던 9단선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해상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진지하고 직접적인 협상의 근거가 마련됐다. 적절한 외교적인 방법으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피할 수 있고 피해야만 한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번역=김진주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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