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열풍 여전히 여가 수준
교통 수송분담률 2.1%에 그쳐
정권 입맛 따라 정책 부침 거듭
안심운행, 시설도 문화도 미흡
자전거족(族)이 1,000만명(자전거 판매대수 기준)을 넘어섰다. 자전거 열풍은 예사롭지 않다. 주말에 강변에는 자전거가 빼곡하고, 시내를 오가는 출퇴근 자전거족도 눈에 띈다. 김택진 김창완 김현철 이현우 등 유명인들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MB정부시절 4대강을 따라 조성된 국가 자전거도로망에, 지방자치단체들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전거길 조성에 힘쓴 덕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는 단순한 여가 수단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수송분담률이 고작 2.1%밖에 안 된다. 선진국 대부분이 자전거를 교통수단화 해 수송분담률이 10%를 상회하는 것만 봐도 뒤처진 게 확연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40%수준이다. 우리나라도 여가수단만이 아닌 생활수단으로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5년 법까지 만들었다.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부족하나마 법적 장치 마련이 선진국에 비해 늦지 않았다. 하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갖지 못했다. 정권 입맛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자전거 정책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을 개발하면서 전국적인 자전거도로를 구축했지만 이 역시 여가수단이다. 마을도로와 연계된 생활 교통수단으로 발전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자전거정책이 천대를 받고 있다. 시민운동가 시절 독일 자전거도로를 보고 감탄하며 서울 전역을 자전거도로로 조성하고 싶어한 박원순 서울시장 조차도 자신의 치적 위주 사업만 벌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박 시장도 공약사항인 공공자전거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고, 생활수단화까지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다. 바로 자전거를 안심하고 탈 수 있는 환경도, 문화도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서울시내를 가로질러 자전거 출퇴근을 감행해본 결과 위험요소가 너무 많았다. 기존에 있는 자전거도로의 안전장치나 이정표는 부실하고, 도로의 주인 행세를 하는 자동차가 자전거를 무시로 위협하는 서울시내에서 자전거 출퇴근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김홍상 명지대 교통공학과 명예교수는 “자전거를 생활 교통수단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건 90년대 정책적인 합의가 이뤄져 논란의 여지가 없으며,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다”며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교통수단화 움직임을 보인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가 크게 뒤떨어진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전거 정책이 오락가락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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