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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현재·미래 권력간 혈투 서곡… 朴도 劉도 '반반의 득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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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현재·미래 권력간 혈투 서곡… 朴도 劉도 '반반의 득실'뿐

입력
2015.06.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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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정치권에 대한 주도권

劉체제 당장 못바꿔 장악력 떨어져

유승민 '꼿꼿한 개혁 보수'에 상처

대통령에 할 말하는 존재감은 커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권에도 핵폭탄을 투하하면서 새누리당 분위기가 흉흉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토함으로써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대혈투가 시작된 양상이다. 유 원내대표가 몸을 낮추면서 1라운드에서는 박 대통령이 승리한 듯 보이지만 청와대와 여당 비박계의 전쟁은 이제부터라는 관전평이 많다. 중ㆍ장기전이 될 공산이 큰 이번 싸움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 박 대통령은 절반의 승리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절대 권력을 과시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끝내 폐기시켰고, 여야 정치권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했다. 특히 여당은 당분간 박 대통령의 심경을 살피면서 청와대의 지시를 재빨리 따르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무능한 모습을 보여도 국회가 더 싫다”는 것이 민심인 만큼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에는 상당한 명분도 뒤따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유승민 체제를 당장 바꾸지 못했다. 총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에서 집권 반환점을 도는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떨어진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여당과 야당, 국회의장까지 몰아 붙이는 모습을 지켜보며 콘크리트 지지층인 29%의 국민들은 환호했을 수 있다. 그러나 중도 층에겐 또 다시 불통과 공포의 이미지를 남겼다. 정치인 박근혜로 쌓은 ‘원칙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라는 자산도 상당 부분 잃었다.

● 유승민은 아직 지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는 벼랑 끝에 몰렸다. 더구나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대구 동구라는 게 취약점이다. 박 대통령에게 종교 수준의 지지를 보내는 대구의 민심이 내년 총선에서 그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원내대표 자리를 일단 고수하겠다며 박 대통령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는 모습 또한 그의 ‘꼿꼿한 개혁성향 보수주의자’ 이미지에 상처를 입혔다.

그럼에도 유 원내대표가 완전히 패배했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그에겐 처음부터 잃을 것이 별로 없는 싸움이었을 수도 있다. 도리어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정치인 유승민’의 존재감이 단번에 커졌다. 정부의 실책이 반복돼 박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질 경우 그의 위상은 역설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성공한다면, 이후 어떤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그의 미래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 김무성의 손익은 물음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등 사이에서 파국을 막는 조정자 역할을 해 정치력과 리더십을 입증했고, 여권 지지자들에게 상당한 신뢰를 얻었다.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잘 알고 영리하게 처신한 결과였다. 김 대표를 냉랭하게 대했던 청와대가 일정 부분 부채를 떠 안는 모양새가 되면서 목소리를 낼 공간이 생겼고, 차기 대권의 잠재적 경쟁자인 유 원내대표를 견제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다만 김 대표는 이번에도 “김무성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파문 등을 계기로 김 대표를 미래 권력 후보로 인정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김 대표의 입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갈등 속에 김 대표로선 결정적 손해도, 이익도 없었던 셈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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