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6일 동성결혼이 합헌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동성애 커플들은 미국 전역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할 권리를 갖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결정된 판결을 통해 이미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워싱턴 등 36개주 외 14개 주도 동성 결혼을 강제로 저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패배한 쪽에 약 3주간의 재심 요청 시간을 주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나, 일부 주는 곧장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AP 등 외신들은 평가했다.
사실상 판결의 결정권을 쥐었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이날 판결문을 통해 “결혼은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의 이정표”라며 “동성 커플이건 이성 커플이건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이성 간의 결합만을 결혼으로 인정한 결혼보호법의 부분 위헌 결정했고 지난해 10월에는 5개 주의 동성결혼에 대한 상고 각하 결정을 내리며 동성 결혼 인정에 대한 길을 열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연방 제6 순회항소법원이 미시간과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등 동성결혼을 금지한 4개 주의 동성결혼 금지 방침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리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법원은 올 4월 말 동성결혼의 전국적 허용 여부 결정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며 양 측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동성 결혼 지지자들은 이날 대법원 건물 앞에 모여 역사적 결정을 환영하며 기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변화를 위해 싸워온 지지자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는 39만 동성 커플이 결혼했으며, 결혼을 허용하지 않은 주에서도 7만 커플이 향후 3년 내에 결혼할 것으로 보인다고 캘리포니아대학 윌리엄연구소가 AP에 밝혔다. 이 연구소는 또 약 100만 커플이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미국에서 함께 살 것이라고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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