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우리 팀 벌크업에 대해서 관심이 너무 많아졌어요."
26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넥센 감독은 '벌크업' 이야기부터 꺼냈다. 전날(25일) 각종 야구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 프로야구 선수의 약물 복용설이 퍼졌고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몸을 키운 선수가 많은 넥센이 용의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 시즌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몇몇 선수는 직접적으로 이름까지 거론됐다. 결국 한화 최진행의 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지며 넥센의 '무죄'가 입증됐지만 넥센을 향한 견제의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벌크업을 몇 달 만에 할 수도 없는 거고, 벌크업을 한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체계적인 관리와 오랜 시간을 투자해 얻어낸 결과라는 뜻이다.
◇선수 변화, 목적 의식이 먼저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팀 선수들은 보통 8~10kg 정도의 근육량을 꾸준히 늘리도록 했다. 살을 찌우는 게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기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이걸 이겨 내기 위해서는 선수들 스스로의 목적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말 염경엽 감독이 넥센 사령탑에 오른 뒤부터 강조했던 부분이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훈련이 아닌, 선수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놓고 준비를 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단 얘기다.
염 감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지를 모르는 선수가 태만이다. 하지만 자신의 장단점이 뭔지를 알고 장점을 부각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며 "내가 왜 야구를 하는 지를 알고, 어떻게 해나갈 지에 대해 방향을 잡고 계획을 세워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을 리그 최하위로 마무리했던 넥센은 2013년 정규시즌 4위로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지난해는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목적의식'이 뚜렷해진 선수들이 낸 성과라는 뜻이다.
◇벌크업, 선수 마다 다르게 적용한다
넥센의 야수들은 최근 몇 년 사이 확실히 근육량을 끌어 올렸다.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의 경우 4년에 걸쳐 몸을 키우고 있다. 서건창도 2년 정도 시간 동안 8~10kg의 근육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조건 근육량을늘리는 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유연성과 순발력 훈련을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통이 올라오기 쉽다"며 "하지만 우리 팀은 그런 부분을 잘 관리하고 있어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근육통 부상으로 빠지는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 맹활약하고 있는 유격수 김하성도 넥센에 입단한 직후부터 몸을 불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프로 첫 해였던 지난해는 경기에 많이 나서지 않는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염경엽 감독은 "김하성의 경우 코치들이 매일 붙어 있다시피해서 관리를 해준다"고 설명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건 '기본'에 불과하다. 여기에 기술이 접목돼야 실전에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의 경우 웨이트 트레이닝과 관련해서 타격과 주루, 수비 코치가 모두 함께 공유하고 있다. 디테일을 가지고 개개인 마다 나눠서 관리를 해준다"며 "벌크업만 한다고 성공을 하면 다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자기 야구의 스킬이 들어가야 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확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배는 후배의 가장 좋은 교과서다
몇 년 새 넥센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박병호와 강정호 등의 선수들이 벌크업을 하며 기량이 향상됐고,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유한준도 지난해부터 벌크업을 시도해 올해 확실한 효과를 보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나 유한준 모두 이제 자신의 몸에 대해 전문가가 됐다. 자기 야구를 잘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더 높은 자리로 올라서는 선배들을 보며 후배들도 보고 배운다. 확실한 '성공의 결과'가 연달아 나오면서 근육량을 키우는 고통스런 과정도 보다 믿음을 가지고 헤쳐나가게 된다. 염경엽 감독은 "옆에서 이런 성공 케이스가 나오면 어린 선수들도 따라 하고, 확신을 가지고 하게 된다. 그게 바로 팀 컬러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부산=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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