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강레오가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인터뷰한 말이 와전돼 동료를 비난하는 사람으로 비쳐져서다.
구설에 오른 발언은 이렇다. 강레오는 ‘날, 자꾸만 무뎌지는 나를 위해’출간에 맞춰 문화웹진 채널예스와 한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서양음식을 공부하면 자신이 커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자꾸 옆으로 튄다, 분자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요리사는 소금만 뿌리면 웃겨주는 사람이 된다” 등의 발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소금과 분자요리 등으로 유명한 사람이 최현석 셰프다. 이를 두고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강 셰프가 최 셰프를 비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강 셰프 측은 “예능프로그램에서 희화화되는 셰프 이미지에 대한 우려였을 뿐 특정 셰프를 비난한게 아니다”라고 억울해했지만, 논란이 불거지자 인터뷰 내용에서 구설에 오른 부분은 삭제됐다. 일은 다음에 더 커졌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최 셰프가 강 셰프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식으로 보도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돼버려서다.
최 셰프는 이번 일로 이날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온라인을 후끈 달구고 있는 데 반해 정작 피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는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최 셰프 측은 “ ‘일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라며 최 셰프도 황당해하더라”고 말했다.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아닌데 하루 종일 논란이 돼 양 측 입장이 쏟아지고, 심지어는 왜곡 보도돼 분란을 만드는 꼴이 돼버린 탓이다. 최 셰프 측은 “우리는 법적 대응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강 셰프 측이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를 했고 또 직접 양 측이 만나 서로 이번 일에 대해 오해를 풀었다”고 말했다.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등으로 셰프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관심을 받자, 말 한마디까지 검증 대상이 되고 논란이 커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비단 강 셰프만의 일이 아니다. 셰프 맹기용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꽁치 통조림을 활용한 샌드위치 요리 한 번 잘못했다가 ‘사기남’으로 몰렸다. 셰프 자질 논란에 이어 레시피 도용 의혹까지 불거지며 ‘난타’를 당해서다. 레시피 도용 의혹은 결국 문제를 제기한 블로거가 “내가 만든 레시피와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을 직접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렇게 끝날 일이 논란이 되자 맹 셰프의 어머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아이에게 어떠한 잘못이 있더라도 부족함과 실수에 대한 미숙한 대처는 있겠지만 부도덕한 아이는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주위의 왜곡된 관심으로 멍든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어머니가 직접 나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셰프들의 ‘수난시대’가 따로 없다. 이연복 셰프는 한 방송에서 “ ‘질린다, 그만 나와라’같은 ‘악플’로 힘들고, 이제는 토크쇼 출연을 그만하고 싶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셰프들이 출연하는 방송을 제작하는 한 관계자는 “어떤 셰프는 주위 ‘악플’에 힘들어 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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