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최대 실패작으로 꼽히는 캐나다 정유회사 인수를 주도한 강영원(64) 전 석유공사 사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강 전 사장 개인이 성과주의에 매몰된 나머지 무리한 인수를 추진해 2조원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강 전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 인수과정에서 자산가치 평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석유공사로 하여금 당시 주당 7.3캐나다달러였던 하베스트 주식을 10캐나다달러씩에 인수하도록 해 5,5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 정유부문 자회사 날(NARL)을 인수한 금액(약 1조3,700억원) 전부를 손해액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날은 지난해 329억원에 매각돼 1조3,000억원대 손실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판례상 상장 회사의 객관적 가치는 주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이를 강 전 사장의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하베스트 인수 이후 추가 투입한 비용까지 합해 현재까지 발생한 손실액만 약 2조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개 공기업 대표의 독단으로 2조원대에 달하는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여서 검찰 수사 내용을 놓고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강 전 사장 측은 하베스트 고가인수 혐의에 대해 “경영상 판단이었으며 투자 자문사였던 메릴린치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항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베스트 인수 당시 석유공사는 상류부문만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하베스트 측이 날을 포함한 일괄 인수를 조건으로 걸면서 2009년 10월 14일 협상이 결렬된다. 강 전 사장은 인수 대상 기업 및 인수 금액 등의 조건을 바꿔 수정 제안을 했으나 여의치 않자 3일 후 귀국했다. 그러나 이후 강 전 사장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승인을 받아 같은 해 10월 21일 하베스트의 조건대로 계약을 체결한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사장이 협상결렬 일주일만에 계약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석유공사 임원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자주개발률(자원 수입 물량 중 우리 정부나 기업이 개발 및 투자에 참여해 확보한 자원비율) 상승 등의 성과를 더 우선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장 경영평가 등을 의식한 강 전 사장이 최 부총리에게 허술한 보고를 하고 승인을 얻은 후 이를 근거로 석유공사 내부의 하베스트 인수 반발 기류를 잠재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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