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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미 엎질러진 거부권 정국, 후유증이라도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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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미 엎질러진 거부권 정국, 후유증이라도 줄여야

입력
2015.06.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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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촉발한 정국 혼란이 심상찮다. 여당은 박 대통령의 뜻을 존중,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기로 하는 선에서 당ㆍ청 및 당내 갈등의 봉합을 시도했으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청와대와 친박계의 압박은 끊이지 않는다. 유 원내대표는 26일 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의 엄중함을 잘 모른 채 안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싸늘한 반응이다.

예상대로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연일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한 비난 공세에 힘을 싣는 것과 함께 국회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본격적 실력행사에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정작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의 대여 비난 및 국회 일정 보이콧은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再議) 일정이 잡힐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처와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추경예산 편성 등 국가적 현안의 매듭에 당분간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 따른 최종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라는 점에서 안타깝고도 걱정스럽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현재의 강경 대치 정국을 최대한 서둘러 종식시켜야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와 여야 모두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국 수습을 위한 각각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몇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청와대는 국회와 여당에 대한 현재의 압박 태도를 하루 빨리 풀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는 거부권 행사로 끝났다. 박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과 뒤섞인 유 원내대표에 대한 질타도 그만했으면 됐다. 유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사과한 마당이다. 이제는 감정의 발산을 자제, 나머지는 여당에 맡겨두어야 여당의 체면과 기능이 되살아난다. 아무리 여당이라도 더 이상 자율성과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엉뚱한 반발로 치달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탈당이나 분당(分黨)까지 불사할 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둘째, 여당은 환부된 국회법 개정안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거부감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안이한 인식을 자성하는 것과는 별도로 정의화 국회의장의 다짐과 야당의 요구에 따른 본회의 재의 절차에 정상적으로 응해 마땅하다. 본회의 표결 절차에 참석해 반대나 기권 표를 던지더라도 얼마든지 표결 불참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정 의장과 야당 원내지도부의 곤혹스러움을 덜어줄 수 있다.

셋째, 야당은 정부ㆍ여당에 대한 일방적 비난을 자제하는 한편 부적절한 ‘법안 끼워팔기’를 반성해 마땅하다. 그 동안의 행태가 법에 의거했다는 형식적 정당성을 앞세운다면,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난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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