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속셈을 도통 종잡을 수 없다. 최고 수위의 대남 위협을 가하다가 갑자기 대화의 손짓을 하고, 또 한 순간에 대결 자세로 돌아선다. 북측은 2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 “북남관계는 더 이상 만회할 수도, 수습할 수도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고 선언했다. 23일 서울 북한인권사무소 개소로 사실상 남북관계가 끝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24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접촉을 갖자고 이 여사 측에 연락을 해왔다. 6ㆍ15 선언 15주년이었던 지난 15일에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에 신뢰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제의했었다.
최근 북측의 대남 자세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배경에는 인권문제가 있다. 인권문제 제기를 자신들의 최고존엄과 체제에 대한 부정이자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음모라고 여긴다. 북측이 서울 북한인권사무소 개소를 전후해 최고 수위의 담화나 성명으로 반발한 것도 그래서다. 25일 조평통 성명에서는 “남측에 이제는 말로 할 때는 지나갔다”“최후의 결판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며 무력 대응도 불사할 뜻을 공공연하게 내비쳤다.
인권사무소 개소 당일에는 억류 중인 우리국민 2명에 대해 우리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불참 사유도 서울 북한인권사무소 문제다. 일각에서는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남한과의 무력 충돌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이희호 여사 방북일정 논의하자고 연락해온 속셈이 석연치 않다. 물론 남한 당국과는 상대하지 않고 민간차원의 교류는 이어가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우리정부도 민간교류는 가급적 허용한다는 입장이어서 내달 중 이 여사의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초청자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인 만큼 그의 면담도 점쳐진다. 이 여사의 방북이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남남갈등을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해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이 엄연한 현실에 무작정 반발하는 것은 북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 폐쇄적으로 빗장을 걸게 아니라 문을 열고 나와 대화를 통해 인권상황을 개선해 가야 한다. 국제사회도 무조건 몰아붙이지 말고 가장 효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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