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 Culture and English (문화와 영어)
영국과 미국인들은 옆에서 재채기를 하면 ‘God bless you’라고 말해 준다. 누군가 재채기를 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무례하거나 교양이 없다고 할까 봐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개성이 강하거나 종교가 다른 경우 ‘재채기를 하는데 신의 축복을 기도해주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이런 관습 유래에는 수 천년을 이어 온 이야기가 있다. 흑사병이 한창이던 590년 Gregory 1세 교황은 누군가 재채기만 해도 ‘God bless you’라고 그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 주도록 했다. 재채기가 흑사병에 걸렸다는 초기 징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750년경에는 이미 습관처럼 ‘God bless you’라고 말하는 것이 하나의 예절이 되었다. 기독교의 성서 민수기 6장 24절의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The LORD bless you and keep you)’라는 구절에서처럼 초대 교회의 유대인들이 행운과 축복을 빌어주는 표현으로 애용하던 말이기도 하다. 재채기를 할 때 입이 열리면서 영혼이 함께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나 재채기야말로 몸에 들어온 악마를 내쫓으려는 몸의 반작용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혹은 재채기 할 때는 심장이 박동을 멈춘다는 생각 때문에 ‘오 신이여 저를 축복해 주소서’라고 기도해야 악마에게 홀리지 않고 심장이 계속 박동한다고 믿었던 것도 있다. 그것이 비과학적이라는 판단에서 아일랜드나 스페인 독일 그리스에서 사용하던 표현은 대부분 ‘To Health!’라는 말로 이를 대신하기도 했다. 또 아침 식사 전에 재치기를 하면 그날은 재수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미신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비종교인과 무신론자들 입장에게는 이런 관례적 말 한 마디가 ‘축복’이나 ‘배려’보다는 괜한 참견의 말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현대인은 어떤 말로 이 난감한 순간을 모면할까. 가장 진지하게 미신을 믿는 사람들은 ‘You are in my thoughts’ ‘Best Wishes’ ‘You’re in my prayers’ ‘I have you in my heart’ ‘Live Long And Prosper’ 'I'm so sorry for your trouble’ ‘Long may you run!’ 등을 사용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All the best!’ ‘Take care’ ‘Be well’ ‘I’m so sorry for your trouble(좀 고생하시네요)’라고 말해준다. 독일인들은 ‘Gesundheit!(Good health)’ 프랑스인은 ‘Sante!(to your health)’라고 하는데 영어로 ‘Wish you good health’라는 뜻이고 젊은이 말로 ‘Good vibes!’라고도 한다. 무신론자와 비종교인이라면 God을 빼고 ‘Bless you’ ‘Bless!’라고 하는 것이 친숙하고 간단해서 좋다. 재채기하는 당사자는 옆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의미로 ‘Excuse me’라고 말해야 교양 없다는 말을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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