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기관 방문한 이용기 시의장 등 보호장구 착용 않고 감염자와 접촉
의원 절반 격리돼 정례회 무기 연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지방의회 의정활동마저 마비시켰다. 강원 강릉에선 시의원의 절반 가량이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되면서 시의회가 사실상 폐쇄되는 의정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26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용기 강릉시의장을 비롯해 최선근 부의장, 내무복지위원회 소속의원 등 8명이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메르스 거점치료기관인 강릉의료원을 방문했다. 의료진을 격려하고 손소독제 등을 전달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이들은 당시 간호사 김모(54ㆍ여)씨와 의료원 회의실 등지에서 30여분간 접촉했다. 이 자리에는 메르스 방역대책반장인 강릉시보건소장과 강릉시의회 사무국 공무원 등 9명이 동행했다. 이들 모두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간호사 김씨는 이들이 다녀간 지 4시간 여 뒤인 22일 오후부터 발열증상이 나타나 메르스 확진(179번) 판정을 받았으나 시의원들은 즉시 1차 격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원도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감염예방 차원에서 자택격리 기준을 22일 정오에서 오전 9시로 확대하면서 시의원들이 격리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뒤늦은 격리대상 확대로 의원들과 동행했던 강릉시의회 홍보담당 직원은 해외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가 출국금지 돼 이날 오전 3시부터 자택에 격리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강릉시의회는 시의원 1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명이나 격리되면서 다음달 1일부터 22일까지 열기로 했던 제246회 정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사실상 폐쇄 조치다. 특히 이번 정례회에서는 군 비행장 주변마을 지원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지원 방안 등 지역 현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식물의회’로 전락한 탓에 시급한 민원해결도 지연될 전망이다. 강릉시의회는 “의원들의 격리가 해제되는 다음달 6일 이후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회기를 다시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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