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무늬만 대학인 ‘꿩닭(野鷄)대학’(그림 참조)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26일 중국 대학 관련 정보 사이트인 상대학망(上大學網)과 신경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역에서 118개 짝퉁 대학들이 새로 적발됐다. 이 명단에 따르면 베이징(北京)이공과기대학, 베이징건축직업대학, 베이징경제공정대학, 베이징행정관리학원, 베이징금융관리학원, 베이징연합기술학원 등은 정식 인가를 받은 대학이 아닌 데도 학생들을 모집, 학위 등을 줬다. 또 수도사범학원, 중국건설공정학원, 베이징의과대학, 베이징경제학원 등도 다른 대학의 이름을 모방한 허위 교육 기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짜 대학들은 최근 중국 교육부가 공표한 전국 2,845개 대학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가짜 대학들은 주로 ‘베이징’이나 ‘중국’이란 명칭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이번에 확인된 118개 짝퉁 대학 중 29개의 이름이 ‘베이징’으로 시작됐다.
중국에선 이런 가짜 대학들을 꿩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닭인 꿩닭에 빗대 ‘꿩닭대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부 매체들은 꿩닭대학을 대학 졸업 증명서를 대량 생산 또는 판매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학력공장’이나 ‘학력상점’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꿩닭대학들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홍콩이나 미국, 한국 등에 인터넷 사이트를 둔 채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의 정규 대학들이 사용하는 도메인인 ‘.edu.cn’대신 ‘.com’ 이나 ‘.cn’ 등을 사용했다.
중국의 꿩닭대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대학망은 지난 2013년과 작년에도 이미 210개 가짜 대학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꿩닭대학들이 계속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중국 사회의 학력숭배 사상이 팽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학위를 따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학력 증명서를 위조할 수 있다는 점도 꿩닭대학 수요층을 유혹하고 있다. 연간 대학 졸업생이 750만명이나 쏟아지는 중국 현실에서 대학 졸업장 하나 없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당국의 감독도 소홀하다. 중국 매체들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대학 등록 전 정식 인가를 받은 학교인지 꼼꼼히 살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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