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17일까지 말레이시아로 ‘할랄’에 관한 특집 다큐 촬영을 다녀왔다. 무슬림들의 식생활에서 지켜야 할 엄격한 종교적 규율인 할랄은 위생적인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비무슬림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무슬림시장이 커지면서 세계가 무슬림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대열에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우리나라도 무슬림 관광객의 증가와 한류 바람을 탄 식재료를 어떻게 할랄과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큐에 담았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프르에는 다리로 연결된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이 있다. 두 개의 빌딩 중 하나는 일본이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기술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 다음 떠오르는 것은? 음~ 페낭? 코타키나발루? 정도다. 말레이시아라는 나라 이름이 친숙해서 잘 아는 것 같았지만 막상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무식한건가?ㅋ) 1957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말레이시아는 13개 주의 왕들이 따로 있다. 한 나라 안에 13개의 나라가 있는 셈이다. 피낭, 믈라카, 사바, 사라왁을 제외한 9개 주의 술탄(Sultan 통치자) 중에서 5년에 한 번씩 대표 국왕을 선출한다.
말레이시아 음식은 나라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하며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의 음식들이 서로 연결이 돼 말레이시아 음식으로 발전했다. 그 음식들 중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음식은 ‘나시 르막(Nasi lemak)’이다. ‘나시’는 밥을 뜻하며 ‘르막’은 지방, 기름을 뜻하지만 통칭 ‘맛있는 밥’으로 통한다. 말레이시아의 대표 먹을거리인 나시 르막의 생김새는 우리나라 ‘집 밥’을 닮았다. 밥과 생오이 얇게 썬 것, 멸치 볶음, 삶은 계란, 그리고 우리나라 약고추장과 비슷한 ‘삼발(Sambal)’로 구성돼 있다. 다른 게 있다면 볶은 땅콩이 나온다는 거? 그래서 외국음식을 잘 못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시각적으로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이다. 맛 또한 약고추장을 넣어 비빈 밥에 멸치 볶음, 오이, 계란을 먹는 맛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나시 르막을 주먹밥처럼 바나나 잎에 싸서 가지고 다니면서 끼니나 간식으로 먹는다. 나는 나시 르막을 호텔 조식으로 처음 먹어 봤는데 우리 음식과 똑 닮아 신기하기도 하고 맛도 있어서 매끼 아침을 나시 르막과 함께 했다.
아~ 지금 글을 쓰면서도 나시 르막의 고소, 구수, 달콤, 매콤한 향기가 느껴진다. 나시 르막으로 시작된 나의 첫 말레이시아 여행(사실은 출장^^)은 나시 르막 만큼이나 순수하고 담백하면서 톡 쏘는 매운맛이 가미된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만나 즐겁고 행복했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유학을 했던 ‘아미르’라는 부부가 말레이시아에서 김치와 고추장을 만들어 판다기에 촬영 하다가 내가 ‘한국식 나시 르막’을 만들고 비교해 찍었다. 아주 재미있었다. “아미르! 고마웠어~ 김치 많이 팔아”
여러분도 나시 르막을 만들어 드시면서 말레이시아 정취를 느껴 보는 건 어떨런지요?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답니다!
배우 겸 요리사
● 나시 르막
1. 밥 재료: 재스민 쌀 400g(2컵) 없으면 그냥 우리 쌀, 판다누스 잎 2장(구하기 어려우면 안 넣어도 됨), 코코넛 밀크 750ml(이건 요즘 많이 팔죠?), 물 250ml, 양파 1개 다진 거, 소금 2작은 술
2. 삼발 재료: 말레이시아 레드 칠리 200g, 벨라칸(말린 새우젓)30g, 물 30ml, 소금, 설탕 약간 (재료들을 구하기 힘드니 우리나라식으로 하면 홍고추 갈은 거 100g, 고추장 100g, 새우젓 꽉 짠 거 30g, 물 50ml, 소금, 설탕 약간)
3. 나머지 재료: 계란 3개, 오이 1개, 작은 멸치 한 웅큼
● 조리방법
1. 밥 재료를 다 넣고 밥을 한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2의 삼발재료를 넣어 볶다가 물을 넣고 살짝 졸인다. (우리나라 재료를 쓸 때는 먼저 새우젓 국물을 꽉 짜서 볶고 홍고추, 고추장 순으로 넣어 볶다가 물을 넣고 졸인다)
3. 멸치는 간을 하지 말고 내장과 대가리를 다듬어 살짝 튀긴다. 계란은 완숙으로 삶아 반으로 썰고 오이는 적당한 두께로 어슷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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