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세에 몰렸던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의 입지가 급반전되고 있다. 전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핵심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25일 연방 대법원이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TPP가 미국 글로벌 정책의 핵심이라면, ‘오바마케어’는 미국 사회 통합을 주창하는 오바마 대통령 ‘내치’ 정책의 상징이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내치와 외치 모두에서 중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오바마 케어’ 정부 보조금은 위헌이 아니라고 최종 결정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성향 존 로버츠 대법원장까지 가담한 6대3 판결로 ‘오바마 케어’의 합법성을 인정한 것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이 정책을 뒤집는 시도를 하더라도, 그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9명 대법관 가운데 찬성 의견이 전체 3분의2에 달하고 대법원장까지 가세한 만큼 ‘오바마 케어’를 막을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판결의 핵심 쟁점은 세액공제 형태로 오바마 케어 가입자들에게 제공되는 보조금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5년 전 오바마 케어가 시행된 이래 미국 각 주마다 ‘교환소’로 불리는 건강보험상품 웹사이트가 개설돼 이를 통해 ‘오바마 케어’에 등록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보수 성향 주지사가 장악한 34개 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지 않았고, 이 지역 주민 640만명은 연방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건강보험에 등록해야 했다. 공화당 등 반대론자들은 이것을 법 위반이라고 주장해왔다. ‘주 정부 권한을 훼손하고 특정 계층에게만 연방정부가 차별적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미 대법원은 로버츠 대법원장이 직접 작성한 결정문에서 “의회는 건강보험 시장을 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 건강보험개혁법을 통과시켰다”며 “재앙적 결과를 피하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세액공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오바마 케어’로 건강보험 혜택을 입게 된 34개 주 640만명이 중대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사실상 이미 시행 중인 국가 복지 인프라의 안정성을 흔들어서 실익이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TPP 추진을 위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 받은 데 이어 또다시 값진 정치적 승리를 거두면서 재임 중 치적을 남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대법원 판결 즉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나라에서 힘들게 일하는 모든 미국인의 승리”라고 환영했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오바마 케어’를 좌초시킬 시도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케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수백만 미국인의 비용 부담만 늘어날 뿐이며 이번 대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화당 주도의 미 의회는 오바마케어를 무력화하는 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이 중요한 상황에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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