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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휴식" 멍 때리기, 국제 대회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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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휴식" 멍 때리기, 국제 대회로 발전

입력
2015.06.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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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시작 베이징 진출, 내달 4일 최대 쇼핑몰서 개최

벌써 400명 이상 참가 신청, 대회 중 '딴 짓'하면 바로 퇴장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기

獨 '사무실 의자 타고 달리기',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中 '평평한 가슴대회' 열어 외모 지상주의를 비꼬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다음 달 5일 열리는 '제2회 멍 때리기 대회'의 홍보 포스터 속 한 남성이 넋을 놓은 채 서 있다. 페이스북 캡처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다음 달 5일 열리는 '제2회 멍 때리기 대회'의 홍보 포스터 속 한 남성이 넋을 놓은 채 서 있다. 페이스북 캡처

무기력증, 만성피로, 일 중독, 결정 장애 등 ‘현대인의 만성질환’을 극복하려는 이색 이벤트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중국으로 진출하게 된 ‘멍 때리기 대회’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0월27일 ‘지친 현대인의 뇌에 휴식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펼쳐져, 많은 주목을 받았다. ‘누가 가장 오랫동안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지’를 겨루는데, 다음달 4일 오후 4시 중국 베이징(北京) 최대 쇼핑몰인 스마오티엔지에(世貿天階) 서쪽 광장에서 두 번째 대회가 열린다. 1회 대회를 개최한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국제 대회 규모로 발전한 것이다.

행사 최초 기획자인 우리나라 웁쓰양(39ㆍ예명)과 저감독(34ㆍ예명)이 1회 대회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중국의 공공미술 예술가 그룹인 부슈메이슈관(不是美術館ㆍOh, not Gallery), 언론 계열사 요이쓰 차이나(有意思-China)와 손을 잡으면서 규모가 커졌다. 주최측은 이미 400명이 넘게 참가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2011년 독일 바트쾨니히에서 개최된 사무실의자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한 피에르 펠러가 말 모양으로 꾸민 사무실 의자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11년 독일 바트쾨니히에서 개최된 사무실의자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한 피에르 펠러가 말 모양으로 꾸민 사무실 의자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대회 규칙은 1회 대회 때와 동일하다.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으면 된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동작을 취하거나 휴대폰을 보는 등 ‘딴 짓’을 하면 대회장에서 질질 끌려나간다는 게 유일한 규칙이다. 심사위원들이 10분마다 참가자들의 심장 박동수를 기록하는데 꾸준히 안정된 심박수를 나타내면 점수를 많이 얻는다. 여기에 관객들이 ‘가장 잘 멍 때린 자’에게 던진 투표 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한다. 우승자는 한국대회와 마찬가지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본뜬 ‘갓 쓴 멍 때리는 사람’ 트로피를 받게 된다.

대회를 기획한 퍼포먼스팀 ‘전기호’의 웁스양은 “현대인들은 속도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파묻혀 사는데 이로부터 멀리 달아나자는 것이 대회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멍 때림’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가치 없다’고 규정한 것을 가치 있는 일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첫 대회 우승자는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김지명 양이었는데, 평소 김 양은 하루 6곳의 학원을 다닐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서는 최근 외모지상주의를 비꼰 ‘평평한 가슴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풍만한 볼륨감을 뽐내는 것이 아닌 일명 ‘절벽 가슴’ 인증샷을 올리는 대회다. 1등을 가리는 대회는 아니고, 그저 SNS에 자신의 가슴을 인증하기만 하면 된다. 한 참가자는 “평평한 가슴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취지로 얼마 전 중국에서는 여성들의 ‘겨드랑이 털’ 콘테스트도 열렸다.

독일에서는 사무실 의자를 타고 누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는 대회가 매년 열린다. 약 200m 거리를 누가 빨리 달리는지를 겨루는데 경사로와 내리막뿐 아니라 점프 구간도 있어 튼튼한 바퀴의자 못지 않게 땅 바닥을 힘차게 내딛는 튼튼한 하체 힘도 중요하다. 최고 시속이 40~50㎞에 달한다. 바퀴는 인라인 스케이트 용으로 변형해도 되고 의자도 개성 있게 꾸밀 수 있지만 모터는 사용할 수 없다. 독일 뿐 아니라 룩셈부르크 등 인근 국가에서도 매년 60~70여 명이 참여하고 1,000여명의 관중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회 관계자는 “주로 사무실 생활의 답답함과 지루함에 반발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이 이 같은 분노의 레이스에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정 장애를 해결해 주겠다'며 개발된 한 애플리케이션의 화면. 앱 캡처
'결정 장애를 해결해 주겠다'며 개발된 한 애플리케이션의 화면. 앱 캡처

스마트폰과 온라인에서도 ‘현대병’ 극복을 위한 톡톡 튀는 어플과 아이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에서 비롯된 ‘햄릿 증후군’이란 앱이 대표적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평소 어떤 물건을 구입할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영화를 볼지 등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 ‘결정 장애’를 극복하자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말 가족 나들이를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어느 곳이 좋을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 사용자가 간단한 사연과 함께 두 곳의 사진을 올리면 이 어플을 사용하는 다른 이용자들이 두 곳 중 한 곳에 투표하고 사용자는 이 결과를 결정에 참고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 수 많은 비밀번호들에 둘러싸여 외워야 할 숫자ㆍ문자 조합을 기억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패스워드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한 어플도 등장했다. 연락처 기억 퀴즈, 비밀번호 기억하기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버럭 캐릭터’로 입지를 굳힌 개그맨 장동민씨 관련 사이트에는 “참고만 살지 말고 가끔은 화를 내 보자”며 ‘장동민 배 화내기 대회’를 제안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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