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판에 모인 사람 세어보면 양쪽 대각선의 합이 모두 12명
종이부채 접었다 폈다 하면 예각ㆍ둔각 등 각도 개념도 술술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은 수학적 흥미를 유발하고 실생활과 연계성을 높인 수학교육 강화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스토리텔링 방식의 수학교육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천재교육 스토리텔링연구회의 도움을 받아 학부모들이 자녀 수학 학습 지도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대화 소재를 찾아 3주에 한번씩 연재한다.
지난 20일은 단오였다.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五)’는 ‘다섯’을 뜻한다는 점에서 ‘초닷새’ 즉, 음력 5월5일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단오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했던 제사로 우리나라에서는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 중 하나로 꼽힌다. 오늘날까지도 이를 기념한 다양한 민속행사가 이어진다.
첫 회에선 단오의 풍속에서 수학적 원리를 찾아보려 한다. 예부터 단오는 절기상 한 해의 가운데로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자, 본격적인 더위를 알리는 때로 인식됐다. 그리하여 단옷날 대표적인 세시풍속 중 하나가 부채를 선물하는 것이다. 건강하게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으로 부채를 주고 받았던 것이다.
단옷날 부채 선물을 되새겨 여름철 가족 건강을 바라는 마음으로 간단히 종이부채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색종이를 같은 너비로 안과 밖으로 번갈아 접으면 하나의 부채가 완성된다. 같은 모양의 부채 3개를 더 만들어 총 4개의 작은 부채를 서로 붙이면 둥근 모양의 큰 부채가 만들어진다. 이 때 양 쪽 끝에 나무젓가락을 붙이면 손잡이 역할을 하는 동시에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며 0~360도까지 다양한 각도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 때 자연스럽게 각도에 따른 이름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 부채의 양 끝인 나무젓가락이 수직을 이룰 때 90도가 되는데 이 때를 ‘직각’이라고 표현한다. 부채를 조금 더 펼쳐 180도가 되면 평평하다는 의미의 ‘평각’이 된다.
‘예각’과 ‘둔각’의 개념도 알아보자. 부채의 각도가 0도 보다는 크고 90도 보다 작을 때에는 ‘날카롭고 뾰족하다’는 의미로 ‘예각’이라 부르며, 90도 보다 크고 180도 보다 작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둔하고 투박하다’는 뜻으로 ‘둔각’이라 부른다. 직각, 예각, 둔각의 개념은 직각삼각형, 예각삼각형, 둔각삼각형을 배울 때 핵심이 되는 내용으로 기본 개념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좋다.
단오에는 그네뛰기, 활쏘기, 씨름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행해졌다. 부채에 이어 수학 이야기를 찾아볼 소재는 씨름이다. 씨름은 단옷날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경기로, 요즘 말로 하면 인기 스포츠 중의 하나였다.
‘씨름’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있는데, 바로 단원 김홍도의 ‘씨름도’다. 이 ‘씨름도’에는 ‘마방진’이라는 재미있는 수학의 원리가 숨어 있다. 마방진은 ‘그림1’과 같이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수를 더해도 같은 15가 나오는 정사각형 모양의 배열을 말한다.
▶ ‘그림1’ 3차 마방진
‘그림2’의 ‘씨름도’를 살펴보자. 씨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을 중심으로 그림을 4등분한뒤, 각 부분에 있는 인물의 수를 세보자. 왼쪽 윗부분은 8명, 오른쪽 윗부분은 5명, 가운데는 2명, 왼쪽 아랫부분은 5명, 오른쪽 아랫부분은 2명이다. 즉, 왼쪽 위에서 대각선의 합은 ‘8+2+2=12’이고 오른쪽 위에서 대각선의 합은 ‘5+2+5=12’로 값이 같게 되는 것이다. 김홍도의 ‘씨름도’에는 X자형 마방진의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 ‘그림2’ 단원 김홍도 ‘씨름도’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이렇듯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함께 수학적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대화 자리를 만들어주면, 자녀들도 보다 자연스럽게 수학 원리에 접근할 수 있다. 활자로만 ‘예각’, ‘둔각’을 외우기보다 직접 부채를 조작해보며 각도의 의미를 익히고,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김홍도의 그림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를 탐구하며 주말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스토리 플러스]
단오에 전국에서 펼쳐지는 행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강릉단오제’다.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축제로, 역사성과 문화적 전통을 인정받아 국내에서는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됐다.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록됐다. 행사 기간 중에는 다양한 민속체험과 문화재행사 및 공연을 볼 수 있는데 그중 압권은 ‘관노가면극’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말없이 행동만으로 진행되는 무언극(無言劇)으로, 전통 가면극의 원형 그대로를 만나볼 수 있다.
[문제 연습하기]
정답: 예각
풀이: 시계의 긴바늘과 짧은바늘이 이루는 작은 쪽의 각이 90도 보다 작으므로 예각입니다.
[서술형 만들어보기]
문제: 오후 1시와 오후 3시 중 시계의 긴바늘과 짧은바늘이 이루는 작은 쪽의 각이 더 큰 때는 언제인지 풀이 과정을 쓰고 답을 구하세요.
정답: 오후 3시
풀이: 오후 3시를 가리킬 때 시계의 긴바늘과 짧은바늘이 이루는 작은 쪽의 각은 직각인 90도인데, 오후 1시를 가리킬 때에는 그 각도가 90도 보다 작은 예각이므로 오후 3시 때의 각이 더 큽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