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먹방 BJ라고 다 처음부터 '먹방 마니아'는 아니었습니다. 이들도 처음엔 '남이 먹는 모습을 할 일없이 왜 보나'하고 생각했다는 거죠. 아프리카TV BJ 요리왕 비룡 최지환(27)씨도 그랬습니다. 3년 전 우연히 접한 '라면 먹방'에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지금이야 1인 방송 제작자가 인정받는 시대라지만, 최씨가 입문할 때만 해도 곱지 않은 시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씨는 왜 '오타쿠(이상한 것에 몰두하거나 연구하는 사람)'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인터넷 방송에 열을 올린 걸까요? '인터넷 쿡방 도전기'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최씨의 이야기를 따로 전합니다.
-인터넷 쿡방,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사실 '인터넷 먹방'은 나도 이해 못했다. 우연히 아프리카TV의 '라면 먹방'을 보게 됐는데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한편으로 호기심이 생겨 방송을 해볼까 했는데 집이 산 속이라 배달음식 주문하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선보인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인터넷 BJ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데, 고정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 얼마나 한량처럼 보였겠나. 어머니는 '대체 매일 주방에서 뭐하는 거냐. 직업을 구해보거나 차라리 잠이나 자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 경제력을 보여드렸다. 방송이 인기를 타면서 수입이 생기니 가족도 점차 내 일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방송은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편인가. 방송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방송을 한다. 요리하면서 수다만 떨면 될 것 같지만 사실 요일마다 다른 코너를 기획하고 참신한 메뉴도 구상해야 한다. 아이템을 확정하면 낮에는 게스트를 섭외하고 장을 보러 가는 등 방송 준비를 한다. 방송은 야식이 먹고 싶은 시간에 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통 밤 9시쯤 시작해 3~4시간 정도 진행한다. 하루에 2번 방송을 할 때도 있다. 또 틈틈이 요리 동영상도 따로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올려야 한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늘상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지인들을 만나는 것이 어색해졌다. 주말이면 동창회에 나오라고 연락이 오는데 방송 때문에 못나갈 때가 많다.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제작과정에서는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방송 초반만 해도 먹방과 같은 이색 아이템이 많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BJ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웬만해선 눈길을 끌 수 없으니 특이한 콘텐츠가 계속 개발된다. BJ들은 영어, 일본어를 가르치거나 야외로 나가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넓어지다보니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BJ 일을 중년, 노년 때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지금 '쿡방 열풍'의 흐름을 타고 내 방송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유행이라는 게 언제 사그라들지 모른다. 천천히 미래를 준비 중이다. 방송을 진행하면서 나만의 레시피나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나중에는 이 스킬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를 오픈하고 싶다. 내가 단순 쿡방이 아니라 '취사병 쿡방'을 표방하는 것처럼, 내 가게도 참신한 콘셉트로 꾸며질 것이다."
●요리왕 비룡이 도전한 백종원 셰프 레시피
요리하고 먹는 게 취미가 되는 시대입니다. 생각해 보면 최씨는 이전부터 변방에서 요리 예능을 끌어가고 있던 셈인데요. 요즘엔 요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더욱 신바람이 나는 듯합니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 백종원 등의 레시피를 따라 하고 실제 맛을 평가하는 거죠. ‘셰프의 팁이 음식의 맛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해봐야 아는 것 아니냐’는 것이 최씨의 생각입니다. 연구하는 모습에서 제법 전문가의 아우라가 느껴지더군요.
다시 ‘대한민국 식탐에 빠지다’ 시리즈를 처음 시작할 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방과 쿡방에 열광하는 걸까요? 물론 정답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대리만족’이라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라거나 사람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이런 트렌드가 답답하고 밋밋한 현실에 감칠 맛을 더하는 ‘만능 간장’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 우리의 식탐이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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