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책이라고 하면 흔히 딱딱하고 지루할 거라고 예상하지만, 전혀 아니다. 저자 데이브 골드버그는 개그 작가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종일관 재미있는 유머를 구사한다. 빌 브라이슨(‘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나 더글러스 애덤스(‘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급이다. 아이작 아시모프나 ‘스타워즈’ ‘인크레더블 헐크’ ‘트와일라잇’ ‘스타 트렉’ 등을 인용해 재미를 더하면서도 내용이 부실해지는 일은 결코 없다. 현대 물리학의 거의 모든 주제를 적절한 깊이로 상세하게 다룬, 매우 진지한 교양 현대 물리학 책이다. 한마디로 풍성하다.
저자에 따르면 ‘대칭’은 현대 물리학을 떠받치는 핵심 개념이다.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물리학자 필 앤더슨은 ‘조금, 아주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물리학은 대칭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더 이상의 잔소리는 필요 없다”고 했다. 이 책은 바로 그 ‘대칭’에 관한 책이다. 우주에서부터 소립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대칭이라는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물론 대칭에 무작위성이 들어와 우리가 아는 우주는 매우 복잡해진다.
비운의 독일 여성과학자 에미 뇌터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골드버그는 “모든 대칭에는 그에 대응되는 불변량이 존재한다”는 ‘뇌터의 정리’를 발견한 에미 뇌터를 부각시키고 재평가한다. 아인슈타인과 동시대를 살았던 에미 뇌터. 그녀는 “물리법칙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에너지는 새로 창조되거나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직 수학적 논리만으로 증명한 과학자다. “뇌터의 정리는 에너지와 운동량 보존뿐만 아니라 전하 보존과 스핀 보존, 색전하 보존 등 다양한 물리량의 보존을 설명해주고 있으며 입자물리학의 금자탑인 표준모형이론에 수학적 기초를 제공했다.”는 저자의 평가는 현대물리학이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가를 입증한다.
골드버그는 우리가 알고 싶은 질문, 가령 ‘우주는 왜 텅 비어 있지 않고 무언가가 존재하게 되었는가?’(1장 반물질), ‘시간은 어디서 왔는가? 시간의 진정한 실체는 무엇인가?’(2장 엔트로피), ‘밤이면 왜 어두워지는가?’(3장 우주원리), ‘은하들 사이에서 실시간 통신이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제5장), ‘블랙홀은 왜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가?’(제6장) ‘나는 왜 의식을 가진 헬륨가스가 아닌가?’(8장) 등등의 질문에 답하면서 심오한 양자물리학의 블랙홀로 우리를 깊숙이 빨아들인다. 책을 정독하고 나면 보존과 페르미온이 어떻게 다르며, 광자와 글루온의 역할이 무엇인지, 스핀의 개념과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쿼크의 종류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잘 알게 되며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준모형에 의하면 입자와 힘을 비롯한 우주의 삼라만상은 다름 아닌 대칭의 산물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다.
물리학 전문 번역가인 박병철씨가 번역해 매끄럽게 읽힌다. 다만 예시로 나온 그림의 지문이 누락되거나 일부 잘못된 것(러더퍼드의 산란실험 그림)들이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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