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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여름 빅4, 누가 살아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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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여름 빅4, 누가 살아남나

입력
2015.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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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영화 '암살'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충무로 여름 대전 대진표가 정해졌다. 출전을 머뭇거리던 ‘협녀, 칼의 기억’이 8월 ‘참전’을 선언하고 개봉날짜를 저울질하던 ‘암살’과 ‘베테랑’이 개봉일을 공식 발표하며 극장가가 뜨거워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개봉을 연기했던 ‘뷰티 인사이드’도 개봉일을 확정해 여름 흥행대전의 퍼즐이 맞춰졌다.

충무로 빅4인 CJ E&M 영화사업부문(‘베테랑’)와 쇼박스(‘암살’), 롯데엔터테인먼트(‘협녀, 칼의 기억’), NEW(‘뷰티 인사이드’)가 지난해에 이어 여름 패권을 다투는 모양새라 흥미를 돋운다. 1년 중 가장 큰 대목을 겨냥하는 영화들이sl 서로 승리를 장담하나 감출 수 없는 약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여름 대전을 앞둔 충무로 영화들의 강약을 돌아봤다.

▦‘암살’-1930년대 징크스 깰까

‘암살’의 외관은 휘황하다. 전지현과 이정재 하정우가 주연이고 조진웅과 오달수 등 주연급 조연이 진용을 꾸렸다. 감독은 최동훈.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도둑들’을 통해 충무로 상업영화의 꼭지점에 이른 인물이다. 제작비는 최 감독이 “무서워서 잠을 못 잔다”는 180억원이다. 배우의 면면과 물량만 봐도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이 어울린다. 내달 22일 개봉하며 한국영화로서 여름 성수기 첫 포문을 연다. 그만큼 자신감이 충만한다. 영화는 1933년 경성과 상하이를 시공간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친일파 암살을 둘러싸고 독립군과 임시정부, 청부살인업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연을 소개한다.

올해 한국영화의 흥행 가뭄을 해갈할 영화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으나 우려도 따르고 있다. 1930년대 배경은 한국영화의 무덤으로 여겨진다. 1930년대 경성을 시공간으로 삼은 정지우 감독의 ‘모던 보이’(2008)가 흥행 쓴맛을 봤고,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최근 개봉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도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 김지운 감독의 블록버스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제작 규모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운 흥행 성과(668만5,941명)를 남겼다.

최 감독의 주특기가 발휘될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최 감독은 범죄물에서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떨쳐왔으나 퓨전사극물인 ‘전우치’(2009)로는 흥행(613만6,928명) 재미를 크게 보진 못했다. 평단의 평도 야박했다. 최 감독이 “앞으로 내가 잘할 수 있는 범죄물에 집중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독립군을 중심에 세운 시대물 ‘암살’로 최 감독이 활동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지 눈길이 가는 이유다.

▦‘베테랑’-대타 한계 넘어설까

‘베테랑’의 외형도 만만치 않다.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이 영화의 얼굴 역할을 한다.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도 여느 배우 못지 않은 티켓파워를 지닌 스타다.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만났으니 흥행 강세가 예상된다. 영화는 강력반 형사들과 안하무인 재벌3세의 대결을 그린다. 베테랑 형사들이 금력을 동원해 수사를 피해가는 재벌3세를 궁지로 몰아가는 과정을 액션과 서스펜스로 묘사한다.

당초 5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광풍을 피해 개봉을 연기했다가 여름대전 출전 영화로 낙점 받았다. CJ E&M 영화사업부문이 당초 여름 시장으로 내놓으려 했던 ‘히말라야’의 완성이 늦춰지자 ‘베테랑’을 대안으로 택했다. 지명도 높은 배우와 감독이 빚어낸 작품이니 여름흥행 다툼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름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게 약점 아닌 약점. ‘베테랑’이 과연 여름 성수기를 겨냥할 만큼 중량급이라는 의문이 따른다. 류승완 감독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도 넘어야 할 벽이다. 류승완 감독은 전지현 하정우 한석규 주연의 100억원대 블록버스터 ‘베를린’(2012)을 만들어 716만 관객을 모았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뷰티 인사이드’-로맨틱코미디 편견 벗을까

‘뷰티 인사이드’도 배우 중량감은 뒤처지지 않는다. 한효주 박신혜 김대명 배성우 이범수 도지한 유연석 우에노 주리 등이 출연했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사연을 그린다. 칸국제광고제에서 대상을 받은 광고 ‘더 뷰티 인사이드’를 원작으로 삼았다. 감독 이력도 독특하다. 메가폰을 잡은 백종열 감독은 영화 광고 디자인 등의 일을 해왔고 연출 이력은 일천하다.

투자배급사인 NEW는 완성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와 맞대결을 자처할 정도였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마켓에서 해외 영화인들의 호평을 받았다고 NEW는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NEW의 자신과 달리 ‘뷰티 인사이드’는 약점이 좀 크다. 메르스 여파로 개봉일을 연기한 게 가장 뼈아프다. 당초 내달 2일 개봉하려고 했으나 마케팅에 힘을 쏟을 때쯤 메르스 감염 확산 사태가 불거졌다. NEW과 투자배급하는 ‘연평해전’이 메르스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4일에서 24일로 개봉일을 옮긴 여파도 작용했다.

여름시장에 로맨틱코미디가 받아들여질까도 의문이다. 물량을 앞세운 영화들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할지 물음표가 따른다. 개봉일이 8월20일로 여름 성수기를 좀 비껴났다는 점도 흥행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협녀, 칼의 기억’-높기만 한 장벽, 이병헌

‘협녀, 칼의 기억’은 고려말을 배경으로 한 정통 무협영화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한류스타 이병헌, 신세대 스타 김고은이 합세한 블록버스터다. 촬영 전부터 출연진만으로도 충무로에 화제를 뿌린 영화다. ‘인어공주’(2004)와 ‘사랑해 말순씨’(2005)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름시장을 겨냥할만한 대작이나 이병헌이라는 아킬레스건이 가장 큰 약점이다. 이병헌이 연루된 50억원 협박 사건의 여진이 아직 남아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관객을 끌어당겨야 할 주연배우가 역설적이게도 관객을 밀어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당초 ‘협녀’는 지난해 말 개봉하며 연말 흥행몰이를 하려 했으나 이병헌의 사생활로 계획이 틀어졌다. 8월 개봉을 두고도 말들이 많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여름과 추석 대목, 연말을 두고 저울질한다는 관측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 일찌감치 여름을 대비해 마케팅을 펼치지 못했다. 경쟁사인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속속 개봉일을 못박고 있는 상황에서도 날짜를 확정 짓지 못하는 것도 ‘이병헌 리스크’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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