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일 값진 승리를 거뒀다.
미국 의회가 24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25일에는 연방대법원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한 합법 결정을 내린 것이다. 특히 두 사안 모두 오바마 대통령이 각별히 공을 들여 온 핵심 어젠다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선 당분간 레임덕(권력누수현상) 없이 국정을 주도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자신의 국내·외 ‘업적’(legacy)도 확실하게 남길 수 있게 됐다.
실제 TPP는 단순히 무역 이슈를 넘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맞서는 동시에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도 맞물려 있는 사실상 외교·안보 사안이고, 오바마케어는 자신이 그동안 추진해 온 여러 국내 정책 중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 꼽힌다.
2010년 도입돼 2013년 처음 시행된 오바마케어는 민영보험에만 의존해 온 기존 의료보험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 및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오바마케어 가입자에게는 1인당 평균 272달러, 가구당 1천 달러가량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 올해 가입자는 약 1천200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오바마케어에 반대해 온 공화당은 2013년 10월 새해 예산안 협상 당시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까지 감수하고 이후 여러 차례 저지 법안을 주도하며 오바마케어 폐지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었던 이번 법적 다툼에서도 완패했다. 공화당은 주(州) 정부 건강보험상품 웹사이트가 아니라 연방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보험상품을 구매한 가입자에게까지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CNN을 비롯한 미 언론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이 연이어 값진 정치적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의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으로서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특히 오바마케어 가입자들이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안이 내년 대선에서도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제 남은 관심은 이달 말로 시한이 다가온 이란 핵협상에 쏠리고 있다. 전통적 맹방 이스라엘과의 관계 악화까지 무릅쓰며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이란 핵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또 다른 승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공화당은 지금과 같은 협상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절대로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이행조치’가 반영된 외교적 협상만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협상 타결에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란 핵협상이 성공하면 오랜 적대국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1979년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미 대사관 점거 사건 이후 외교관계를 단절한 양국이 외교관계를 회복하면 이는 53년 만의 역사적인 쿠바와의 국교정상화와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의 양대 큰 외교 업적으로 남을 전망이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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