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총서 재의결 나서지 않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은 25일 새누리당이 재의결 절차를 밟지 않기로 당론을 정하면서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야당에 “재의결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구두 약속을 남겼지만, 여당이 불참할 경우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5시간 가까운 장시간의 의원총회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결에 나서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되돌아 온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표결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국회가, 특히 청와대와 여당이 싸우는 것처럼 국민 눈에 비쳐선 안 된다는 데 다수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사실상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헌법 53조는 법률개정안의 재의결 조건으로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의 출석과 참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의석이 원내 과반을 훌쩍 넘는 160석인 만큼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출석 요건조차 채울 수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현행법이 재의결 시한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 야당과의 의사일정 협의를 회피하는 식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야당은 정 의장이 이날 본회의 직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전) 재의에 부친다고 했던 말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희망을 가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 의장이 여당의 당론까지 꺾으면서 직권 상정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 의장이 그간 “국회법 개정안 처리 방향은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이 정 의장을 설득해 일단 본회의 의사일정 목록에 국회법 개정안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족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을 정 의장이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협박문서와 팔 꺾기에 여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식과 자존심마저 송두리째 내팽개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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