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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퇴 요구는 더 잘하라는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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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퇴 요구는 더 잘하라는 채찍"

입력
2015.06.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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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서 퇴진론 정면 제기 드물자

"물러나지 않겠다" 의사 분명히

朴대통령 거부감에 불씨는 여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청와대와 친박계의 사퇴 요구를 일단 거부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감이 공개적으로 확인된 터라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는 여전한 불씨로 남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장시간 진행된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사퇴 요구는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자신을 당청 갈등의 진원지로 몰아붙이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한 첫 공식 반응이었다. 의총 전까지만 해도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유 원내대표가 의총 직후 청와대ㆍ친박계의 사퇴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를 공식화한 데에는 당 안팎의 분위기에 따른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유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정작 의총에선 친박계의 사퇴 요구 강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빙빙 돌려서 얘기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이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한 달 가량 시련의 계절을 보낸 유 원내대표지만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치적 입지가 오히려 단단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동정론이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박 대통령이 단순하게 거부권만 행사했다면 유 원내대표의 입지가 좁아져 자진사퇴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라며 “그런데 유 원내대표를 콕 찍어 감정까지 실어서 맹공을 퍼붓는 바람에 오히려 의원들 사이에서 ‘너무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사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인사들은 애초부터 이번 일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연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유 원내대표 주변에서도 최근 들어 ‘이번 일에 직을 걸어서는 안되고 버텨야 한다’,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의총에서 유임으로 분위기가 굳어지자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추었다. 또 이날 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통화를 하는 등 상황 수습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매듭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감정 섞인 거부감이 확인됐고, 친박계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될 만큼 비토 기류가 강하다. 여기에 야당이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류여서 유 원내대표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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