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왔는데 나부랭이들이 아직 안 왔네.”
25일 경기 용인시 드라마 촬영지인 MBC드라미아. ‘화정’에서 광해군으로 나오는 차승원이 기자간담회를 위해 의자에 앉으며, 능양군을 연기하는 김래원과 정명공주 역을 맡은 이연희가 없는 걸 보고 한 말이다. 취재진이 인터뷰를 위해 김래원과 이연희를 기다리고 있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낸 것이다. 곤룡포를 입은 배우의 농담은 계속됐다. 차승원은 간담회 장소에 드라마 관련 기념품을 파는 가게를 보고 “드라마 끝날 때가 얼마 안 남았으니 기념품 사가야겠네”라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차승원은 극중 인조반정을 계기로 내달 14일 드라마에서 하차한다. 차승원은 김재원이 부채를 들고 등장하자 “부채도사야?”라고 후배에 농담을 걸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장난꾸러기’였다. 김재원과 날을 세우며 말을 주고 받는 촬영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놈시키”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다음은 차승원과 기자간담회에서 주고 받은 일문일답이다.
-촬영이 빠듯해 피곤할 것 같다.
차승원=(촬영이 빠듯한 게)걸렸나? 하하하. 일부 드라마를 빼면 이게 현실이다. 난 푹 잤다. 김재원과 이연희가 고생일 거다.
-이제 3주 후면 드라마에서 빠지는 데 소감은 어떤가.
차승원=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여러 사료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광해를 알게 됐고, 이를 접목해 연기하려 했다. 보통 연산군과 광해군을 떠올리면 셀 거라고만 생각하는데 나라 안팎으로 정치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놓인 광해군의 외로움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내 나름대로 잘 운반했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까지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운반하고 싶다.
-아쉬운 점은 뭔가.
차승원= 월화드라마 중 시청률 1위는 했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의 활용도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광해 등 역사적으로 명확한 인물보다 중신들의 얘기나 드라마적으로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의 이야기가 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광해의 세자 시절 고립돼 있는 상황에 대한 얘기가 8부까지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초반에 정명공주가 남장을 했는데 이게 오래가지 않은 것도 아쉽다(웃음)
-‘차줌마’(tvN ‘삼시세끼’)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광해로 완벽하게 변신했는데 그 비결이 뭔가.
차승원=난 ‘니마이’(정석)와 ‘쌈마이’(가벼움)를 자유롭게 오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농산품에서 자동차 광고까지 찍을 수 있는 폭넓은 배우 말이다(웃음). 이 점이 내가 또래 배우들과 다른 지점이 아닐까 싶다. 난 모델로 시작해 배우를 했다는 점에서 출발도 다른 사람과 달랐으니까. ‘삼시세끼’가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는데, 그 이미지를 갖고 다른 작품을 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이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앞으로도 할 거다.
-유해진은 정선에 내려갔는데 차승원은 안 가나.
차승원= 정선은 좀 그렇고. 만재도 멤버 그대로 (어촌 편을) 한 번 더 가지 않을까 싶다.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계절을 바꿔 가보지 않을까.
-광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깨달은 점은 없나.
차승원= 찬반이 엇갈리는 게 광해잖나.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한 인물이었을 것 같다. 나도 드라마 촬영하며 감정이 많이 흔들렸다. 광해군의 아내는 울화병으로, 아들 며느리는 도망치다 죽었던데 그런 광해를 떠나 보내려니 짠한 기분도 든다.
-‘화정’을 끝내고 또 사극(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을 하더라
차승원= 죽어도 안 하려고 했는데 대본 보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본을 보니 지도를 만들려 했던 김정호의 집념과 그에 얽힌 사연이 흥미롭고 한국의 정서가 느껴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도 있는데 걱정이다.(웃음)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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