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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법체류자도 노조 설립 인정

입력
2015.06.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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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국적ㆍ인종에 구분 없다"

이주노동자 노조 10년 만에 승소

외국인 노동자는 불법체류 여부와 상관없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차별대우와 임금체불 등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이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지위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가 100만 이주 노동자들을 껴안은 판결로 평가된다. *관련기사 11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ㆍ경기ㆍ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노조 설립을 인정해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 신고서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된 지 8년 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는 먼저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근로자’에 대해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사람”이라며 국적, 인종에 구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사람 외에도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거나 구직 중인 사람 그 밖에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노동조합법상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불법체류를 규정한)출입국관리법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금지하려는 것일 뿐, 이들이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 제반 권리까지 금지하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이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이들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고 노조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민일영 대법관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은 애당초 ‘정상적으로 취업하려는 근로자’에 해당할 수 없다”며 “이들은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반대의견을 남겼다.

서울, 경기,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91명은 2005년 4월 노조를 만들고 그 해 5월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노동청은 조합원들의 취업자격을 확인해야 한다며 외국인 등록번호나 여권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를 요구했고, 조합원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포함된 이주노조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노동청은 노조가입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자가 포함돼 있다며 설립신고서를 반려했고, 이주노조는 이에 맞서 2005년 6월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 승소했다.

이날 오후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선고를 지켜본 이주노동자 20여명은 판결 후 즉석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판결이자 사건”이라고 반겼다. 이들은 “한국에서 그 동안 쫓기면서 살아왔는데, 오늘 판결이 이주노동자들의 어깨를 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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