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을 카피(베끼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우리가 촉매제가 될 수는 있죠. 지금 이 사회가 원하는 예능, 그런 프로그램을 저희가 빨리 시작했을 뿐이에요.”
요즘 방송 채널마다 나영석 CJ E&M PD가 연출한 ‘삼시세끼’와 비슷한 ‘쿡방’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완전히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저 요리를 소재로 삼은 것에 그치지 않고 흥미로운 사건을 먼저 보여주고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프로그램 시작 전 광고 영상을 넣는 등 편집까지 ‘나영석표 예능’ 그대로인데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막장’ 코드가 유행하면 막장 드라마가 범람한다고 하지 그대로 따라 한다고 생각하진 않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시장은 냉정합니다. 요새는 시청자가 더 잘 알아요.”
나 PD 스스로 꼽는 예능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는 “낯 간지럽지만 있다”며 “사무실 칠판에도 써있는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자’다”고 답했다. 거창해 보이지만 그 속은 소박하다. “만약 방송 시청률은 잘 나왔는데 참여한 사람(출연자)이나 보는 사람(시청자)들이 ‘짜증나네’한다면 다음은 기약할 수 없는 거잖아요.” 이 소박함이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비결이리라.
‘꽃보다 할배’나 ‘삼시세끼’에서 같은 출연자들과 오랫동안 작업하는 이유도 나 PD를 비롯한 제작진 모두 작업할 때만큼은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사람 좋아하는 그로서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출연자들을 가급적이면 입체적으로 그리려 한다. “이서진을 보고 재미있고 매력 있다는 평도 있지만 ‘저 사람 재수없네’ 하는 반응도 있어요. 너무 한 쪽만 보여주려고 하진 않아요. 단순히 좋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 꼼꼼하게 묘사해서 다 보여주려는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 요새는 이서진에게 요구사항이 많아진단다. 정선편 1에서는 밥과 김치만 해서 먹어도 대단했었다. 나 PD는 “요새 이서진에게 자꾸 큰 걸 요구하게 된다”며 “처음에는 소박하지만 내 손으로 차려낸 밥상을 요구했는데, 빵까지 만들게 했으니…. 제가 초심을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라고 했다.
나 PD도 ‘삼시세끼’ 정선편 2가 시작할 때는 걱정이 많았다. KBS2 ‘프로듀사’가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 방영하는 것도 그랬다. 그는 “끝나서 다행”이라며 “제작진들은 그래도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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