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ㆍ공립대의 기성회비 징수는 적법하므로 학생들에게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약 60건에 달하는 나머지 기성회비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5일 서울대 등 7개 국ㆍ공립대 학생 3,861명이 서울대 기성회 등을 상대로 낸 기성회비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그 동안 국ㆍ공립대는 학생들의 수업료 외의 부족한 교육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성회를 통해 학생 또는 학부모로부터 기성회비를 납부 받아 재원을 충당해 왔다”며 “학생들과 학부모 역시 납부에 응했다고 보는 것이 국ㆍ공립대 기성회비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ㆍ공립대가 학생이나 학부모로 구성된 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대학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시설의 제공에 사용한다면 관련 법령 취지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성회비가 국ㆍ공립대의 실질적인 등록금에 해당하는지, 징수할만한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던 상황에서 기성회 측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앞서 1ㆍ2심 재판부는 법적 근거 없이 징수된 기성회비는 부당이득에 해당돼 기성회가 학생들로부터 받은 기성회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성회비는 1963년 각 대학이 설립한 기성회에서 자발적 후원금의 취지로 걷기 시작했으나 사실상 강제 징수 됐고 학교 운영비 등 당초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ㆍ공립대의 기성회비는 2012년 기준 연간 등록금의 최대 80% 수준에 이르면서 등록금 인상의 편법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서울대 등 7개 대학 학생들이 2010년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적법성 논란은 증폭됐다. 사립대는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했지만 국ㆍ공립대는 뒤늦게 지난 3월 폐지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약 60건의 다른 기성회비 소송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사건의 상당수 1심 재판부가 각 대학 기성회에 패소를 선고한 상황에서 항소심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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