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 서울 13곳 자연계 분석
지난해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됐음에도 2015학년도 대입 논술 고사 5문제 중 1개는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서울의 13개 대학의 자연계 논술 문제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문항 301개 중 64문제(21.3%)가 고교 과정 밖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2014학년도 논술에서는 고교 교육과정 밖 문제가 20.9%였는데 오히려 더 증가한 것이다. 이는 수학ㆍ화학 등 관련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가를 포함한 74명의 현직 교사들이 올해 4월부터 2개월 간 분석한 결과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특히 이화여대(52.9%), 연세대(47.8%), 홍익대(45.5%)는 자연계 논술 문제의 절반가량을 고교 과정 밖에서 출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균관대(29.3%), 한양대(22.2%), 중앙대(18.2%), 서강대(12.5%), 고려대(6.8%), 경희대(2.1%)도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다.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의 출제를 금지하고 있는데, 9개 대학이 법을 위반한 셈이다.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는 고교과정을 벗어난 문제 비율이 2014학년도보다 더 높아졌다.
수학 논술 문제는 129문항 중 33개(25.6%)가 고등학교 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는 총 6문제 중 5문제를 대학과정에서 출제했고 이화여대(52.9%), 홍익대(45.5%), 중앙대(40%)도 고교 과정 밖 출제 비율이 높았다.
모든 논술 문제를 고교 과정 내에서 출제한 대학은 건국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였다.
또 논술고사 도입 취지와 다르게 과거 본고사형 문제의 출제 비율이 84.1%에 이르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논술은 본래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ㆍ비판ㆍ추론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인데 암기된 지식을 바탕으로 긴 계산식을 세우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다”며 “이처럼 정형화된 답을 요구하는 본고사형 문제는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서울시립대 등 6개 학교는 모든 문제를 본고사형으로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공교육진흥과 관계자는 “2015학년도 대입 논술문제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분석 중”이라며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교육정상화 심의위원회에서 위법 사항이 인정된다면 대학 모집인원축소 등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