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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도 영웅의 몰락

입력
2015.06.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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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오래 전부터 유도(柔道)의 기원을 두고 논쟁해왔다. 일본서기 등 고대 역사서에 유사한 형태의 투기 내용이 전하며, 12세기 이후 무사들의 기예인 유술(柔術)이 유도의 원형이라는 게 일본측 주장이다. 한국은 일본서기 등의 투기 장면이 고구려 고분 각저총 벽화와 일치하고, 일본 이즈모 지방을 정복한 고구려계 기마민족 출신 천신계 사람들의 투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 유술이므로 한국이 원조라는 논리다.

▦ 현대 유도의 종주국은 누가 뭐래도 일본이다. 가노 지고로가 19세기말 급소 지르기, 굳히기, 메치기, 낙법과 일부 신기술을 혼합, 유도를 체계화했다. 유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아시아 최초 IOC 위원을 지내며 세계화에도 앞장섰다. 1956년 도쿄에서 제1회 세계유도선수권 대회가 개최됐고,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유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현재 남녀 합쳐 14개 종목이 있고, 일본은 총 36개의 금메달을 획득, 한국(11개)을 압도하고 있다.

▦ 2012년 런던올림픽은 일본 유도사의 치욕이었다. 남자 종목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고, 여자 대표 마쓰모토 가오루가 금메달 하나 겨우 챙기는 데 만족했다. 싸우는 유도보다는 지키는 유도가 대세인 세계적 추세에 역행, 상대편을 매트에 눕히는 화끈한 유도만을 고집했던 것이 패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2004, 2008년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유도 영웅 우치시바 마사토의 미성년 제자 성추행, 지도자 선수 폭행, 보조금 횡령 등 유도계의 잇따른 비리와 추문이 전반적 사기를 떨어뜨린 결과라는 지적에 더 무게가 실렸다.

▦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병근,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조인철 등 한국의 유도영웅들이 공금횡령, 승부조작, 부정선수 출전 등 각종 비리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연고와 무관한 지역대표 선발로 뒷돈을 챙기는가 하면 선수 장학금, 후원금까지 횡령했다고 한다. 연루된 유도계 인사만 4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선배영웅들의 추태는 당장 선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 유도의 몰락 과정이 겹쳐져 걱정이 깊어진다.

한창만 논설위원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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